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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The Plans
스타세일러(Starsailor)
2009

by 박효재

2009.04.01

스타세일러의 여정은 '변화'를 위한 항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감어린 포크의 기운이 지배했던 1집.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를 도입한 스튜디오의 귀재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사운드를 조율해 훨씬 풍성한 소리를 들려줬던 2집. 브릿팝 군단에서 보여줄 수 있는 헤비 사운드의 최대치를 담은 3집까지. 정말 쉴 새 없이 달려왔다. 이번에도 이들은 변화를 택했을까.

3집의 실패가 도전의 칼날을 무디게 만든 것일까. 이들은 1집에서 선보였던 어두운 포크 성향으로 선회했다. 전체적으로 곡들은 우울하고 몽롱하며 어쿠스틱한 질감이 도드라진다. 변화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변화라면 과거의 성공 방식을 참고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제임스 월시(James Walsh)의 담백한 보컬과 힘을 뺀 연주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우울을 전달하는 'Hurts too much'는 듣기에 전혀 부담이 없고 귀에 잘 얹힌다. 'Safe at home'의 몽롱한 우울도 슬픔을 과장한다기 보다는 부드러운 질감으로 차분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베스트 트랙 'You never get what you deserve'는 또한 이들이 3집 때보다 훨씬 신중하게 곡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깔끔한 기타톤으로 천천히 절정으로 치닫는 연주가 압권인 이 곡은 완급조절, 강약조절이 완벽에 가깝게 이뤄지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실패한 과거를 참고한 곡들에서 드러난다. 방향성 없이 헤비하고 거칠었던 3집의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첫 곡에서부터 불길한 징조는 감지된다. 제임스 월시의 탁월한 보컬 연기가 빛을 발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는 'Tell me it's not over'이지만 격한 건반의 울림은 이들이 아직도 무겁고 어두운 소리 구현에 대한 소망을 져버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울한 웨스턴 무비의 호흡이 느껴지는 'The Thames', 한 없이 침잠하는 멜로디의 'Stars and stripes', 조금은 건조한 진행에 제임스 월시의 을씨년스런 팔세토가 위태로운 무드를 자아내는 'Listen up'에 이르기까지. 앨범은 지나치게 무겁고 어둡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게 어두운 곡들이 만들어내는 무기력한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메이저 스케일의 곡들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제 영국 음악 특유의 우울한 분위기로만 승부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귀를 번쩍 뜨이게 할 멜로디나 독특한 편곡 방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드로만 장사하는 것은 확실히 힘에 겨워 보인다. 이런 때, 성공한 과거를 다시 한 번 참고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채로운 소리의 겹침과 싱그러운 하모니, 영롱한 멜로디 라인이 공존했던 이들의 2집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뚜렷한 좌표를 설정하지 못 한 이들의 항해는 앞으로도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록곡-
1. Tell me it's not over
2. Boy in waiting
3. The thames
4. All the plans
5. Neon sky
6. You never get what you deserve [추천]
7. Hurts too much [추천]
8. Stars and stripes
9. Change my mind
10. Listen up
11. Safe at home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