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사회의 변혁과 정의를 외치는 유투(U2)의 음악과 메시지에 대해 평단은 물론 대중들은 동의의 환호성과 변함없는 지지를 보낸다. 그렇지 않으면 음악을 잘못 듣고 수용하고 있다는 압박감과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자괴감까지 들게 한다. 그래서 유투의 새 앨범이 기대치에 못 미쳐도 본의 아니게 관대하게 바라봐야 하는 상황에까지 몰릴 수 있으니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다.
이런 현상은 그래미 위원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했는지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에 수록된 'Beautiful day'와 'Walk on'은 2년 연속으로 올해의 레코드를 수상했다. 한 음반의 다른 수록곡이 2년 연속으로 올해의 레코드 부문을 거머쥔 것은 그래미 역사상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유투의 12번째 정규앨범 < No Line On The Horizon > 역시 모든 음악 관계자들이 선호할 사운드의 익숙함과 관점의 새로움이 동류(同流)한다. 유투의 지난 명반들을 합작했던 3인방인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다니엘 라노아(Daniel Lanois), 스티브 릴리화이트(Steve Lillywhite)가 'Back to basic!'을 외치 듯 < Zooropa >부터 < All That You Can't Leave Behind >까지 오랫동안 자제했던 에지(Edge)의 딜레이 걸린 청명한 기타 사운드가 전면에 재배치된 것이 이번 음반의 가장 큰 특징이다.
나른했던 < How To Dismantle An Atomic Bomb >을 의식한 결과였는지 'Sunday bloody Sunday'와 'New year's day'처럼 초기의 공격적인 기타 코드 워크를 보여주는 'Magnificent'와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으로 그 확인이 가능하다. 특히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리더 윌 아이 엠(will.i.am.)이 제작과 건반 연주에 참여한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에서는 에지의 트레이드마크인 깔끔한 기타연주가 기분을 명쾌하게 상승시킨다.
'Vertigo'를 계승한 'Get on your boots'가 이번 음반의 첫 싱글로 낙점되어 사운드로 인한 '과거로의 회귀'라는 불명예스러울 수 있는 꼬리표를 사전에 차단한 반면 'No line on the horizon', 'Breathe', 'Magnificent'에서는 보노(Bono)의 광야를 달리는 듯 후련한 보컬이 물리적인 시간을 되돌린다. 'Moment of surrender'는 마치 < Unforgettable Fire >에 수록된 'Bad'를 상기시키는 보노의 가창력과 트립합의 몽롱함이 브렌드 된 이질적인 트랙으로 바로 이점이 유투의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좋은 본보기.
세상을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도 예전에는 사랑이 깔려있는 분노와 저항이었다면 < No Line On The Horizon >을 포함한 최근의 음반들의 근저(根底)에는 애정과 인도애가 바탕으로 있는 각성과 깨달음 그리고 관조다.
40대 후반으로 접어든 멤버들의 관록과 포용력 그리고 흉내 낼 수 없는 고고한 분위기가 앨범 전체에서 뿜어져 나지만 얼핏 타인들에게 훈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위험한 계몽성도 있다. 세계 각국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노의 정치적 번외활동 때문인지 어느새 유투의 음악도 그들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음악의 '권력'이 되었다.
지상 최고의 그룹 유투의 12번째 정규앨범 < No Line On The Horizon >은 강직하지만 경직된 역작이다.
-수록곡-
1. No line on the horizon [추천]
2. Magnificent [추천]
3. Moment of surrender
4. Unknown caller [추천]
5. I'll go crazy if I don't go crazy tonight [추천]
6. Get on your boots
7. Stand up comedy
8. Fez-being born
9. White as snow
10. Breathe
11. Cedars of Lebanon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