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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zer (Red Album)
위저(Weezer)
2008

by 윤지훈

2008.07.01

돌이켜보면 위저(Weezer)는 지난 15년간의 밴드활동 중 영광의 순간을 색깔 연작들과 함께해왔다. 90년대 중반에 등장한 데뷔작 '블루 앨범'의 경우 위저의 스타일을 정착시켰을 뿐만 아니라 당시 성황을 이루던 네오 펑크의 붐을 후방에서 튼실하게 원조했으며, 세 번째 앨범 '그린 앨범'은 야심차게 준비한 2집 <Pinkerton>(1996)의 처참한 상업적 실패를 단숨에 만회시켰다. 밴드 역사상 최고의 차트 성적을 낸 전작 <Make Believe>(2005)도 사실상의 '블랙 앨범'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컬러 시리즈가 이들에게 각별할 것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그리고 7년 만에 후속편이 등장했다. 이번엔 '레드 앨범'이다. 리버스 쿼모(Rivers Quomo)가 특유의 어벙함을 완성하던 뿔테안경을 벗은 것을 비롯해 멤버 전원이 초기의 어수룩한 티를 지우고 어엿한 중견임을 뽐내고 있지만 원색의 배경, 덩그러니 박혀있는 밴드의 로고 등 예전 커버 디자인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색깔 연작에는 표지 시안 이외에도 중요한 공통점이 있었다. 쉽고, 잘 들린다는 것, 그리고 위저의 매력을 가장 극명하게 살려주는 경쾌함이 그것이었다.

'레드 앨범' 역시 이러한 장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메탈 밴드의 일원이었던 쿼모의 전적에서 기인한 디스토션 이펙트와 파워 코드 위로는 어김없이 비치 보이스 풍의 보컬 하모니가 깔리고 명료한 멜로디가 실린다. 단선적 매력을 발산하는 펑크의 기운 역시 여전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밝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Troublemaker'나 첫 싱글 'Pork and beans'가 바로 이러한 위저식 파워 팝의 전형에 해당한다.

질감을 더욱 거칠게 가져갔다는 점에서는 이전 두 컬러 시리즈 중 인디의 정돈되지 못한 체취를 남겼던 '블루 앨범'에 맥이 닿아있다. 리버스 쿼모 독주 체제가 아닌 멤버들이 고루 작곡에 참여했다는 점도 데뷔작과 유사한 부분. 이 때문에 'Heart songs'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곡에서 데뷔 앨범의 'My name is Jonas', 'Undone - the sweater song'에서나 들을 법한 지글지글 끓는 기타 사운드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수록곡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변화를 향한 미묘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연주에만 집중하던 패트릭 윌슨(Patrick Wilson)과 스코트 슈리너(Scott Shriner)가 메인 보컬을 맡아 톤에 변화를 주기도 하고('Automatic', 'Cold dark world'),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유사한 펑키 플레이도 구사해본다('Everybody get dangerous').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벨(Brian Bell)이 다른 밴드에서 만들었던 곡을 재편곡해 수록하기도 했다('Thought I knew').

여기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밴드 스스로도 “에픽을 시도했다”고 언급한 'The greatest man that ever lived'다. 셰이커 교도의 성가를 기반으로 한 이 6분짜리 싱글에 이들은 힙합에서 펑크록으로, 그리고 콜드플레이마저 거론되는 팔세토 창법에서 성가대 합창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접붙였다. 실제로 밴드는 일반적인 곡의 구성에서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거창하게 소리의 풍광을 그리며 시작해 스케일을 점차 확장해가는 'Dreamin`' 또한 밴드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곡.

하지만 역시 위저의 근간을 형성하는 건 유쾌하면서도 캐치한 멜로디이듯, 수록된 11곡이 흐르는 내내 귀에 감기는 친밀감을 잃지 않는다. 아니, 어느 때보다도 살갑게 와 닿는다. 일례로 첫 싱글 'Pork and beans'는 더 잘 팔릴 만한 곡을 만들어 달라는 게펜 레코드의 요청을 받고서 그 반발심으로 완성된 곡이다. “I don`t care”를 반복하는 후반부에서 느껴지듯이, 리버스 쿼모는 당시 화가 날 대로 나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지없이 매력적인 선율을 담은 이 노래는 발매 3주 만에 모던 록 차트 1위를 차지하며 지금껏 발표한 이들의 싱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공 궤도에 진입한 곡이 되었다. 아이러니하지만 위저 멜로디의 파괴력을 증명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위저는 사실 한결같았다. 수년 만에 만나도 언제나 오랜 친구처럼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마치 졸작처럼 폄하되기도 하지만 <Pinkerton>이나 <Maladroit>도 채도가 약간 어두웠을 뿐 품질만큼은 셀프타이틀 연작 못지않았다. 그렇게 항상 꾸준했다. 신보 역시 실망을 주지 않는다. 큰 변화는 없지만 록과 팝의 황금비율을 통해 특유의 '지저분하면서도 즐거운' 매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아마도 이번 세 번째 <Weezer>, 즉 '레드 앨범'은 밴드에게 또 한 번의 절정이 될 것이다.

-수록곡-
1. Troublemaker
2. The greatest man that ever lived (Variations on a Shaker hymn)
3. Pork and beans
4. Heart songs
5. Everybody get dangerous
6. Dreamin`
7. Thought I knew
8. Cold dark world
9. Automatic
10. The angel and the one
11. The weight

Produced by Rick Rubin, Jacknife Lee, Weezer
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