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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사랑할 때
박혜경
2008

by 윤지훈

2008.03.01

박혜경이 2년 만에 내놓은 <여자가 사랑할 때>는 리메이크 앨범이다.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사이', 신승훈의 'I Believe', 박학기의 '향기로운 추억' 등 선곡표에는 제목만 들어도 이미지가 즉각 떠오르는 열곡이 포진해 있다. 잔뜩 부풀어 올랐던 '다시 부르기' 거품이 가라앉은 지 오래인지라 시류에 편승한다는 의혹은 피해갈 수 있겠지만, 다소 상투적인 목록임은 분명하다. 일단 숨겨진 명곡을 재발견하는 차원은 아닌 셈이다.

그녀는 '편안한 앨범'을 노렸다한다. 역시나 새롭게 단장한 곡들의 모양새도 거칠 것 없이 듣기에 좋도록 꾸려져 있다. 최대한 전자음은 배제했으며, 보사노바('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아마도 그건'), 재즈('Reality') 등 어쿠스틱 사운드의 범주 안에서 여러 시도가 펼쳐진다. 그나마 컴퓨터의 도움을 받은 'I Believe'나 '아주 오래된 연인들' 같은 경우도 전자음악 중 가장 부드러운 축에 속하는 시부야계 혹은 라운지 음악에 가깝다.

눈에 띄는 점은 박혜경 음악의 본 토양인 모던 록이 자취를 감추고 이국적 향취가 가미되었다는 것이다. 쉬는 기간 즐겼다는 외국 여행이 이러한 객창감을 형성했을 런지는 알 수 없지만, 청중이 어렵게 느끼지 않을 수준에서 정박을 벗어난 리듬이 다채롭게 변용된다. 월드뮤직에 뿌리를 낸 윤상 작곡의 노래가 둘이나('너에게', '이별의 그늘') 간택되었다는 점이 앨범의 방향성을 어렴풋하게나마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가지고 박혜경이 월드뮤직에 발을 담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녀는 그 광대하고 풍요로운 음악창고에서 가장 달고 맛좋은 몇 가지만을 취사선택했을 뿐이다. 하나의 어구로 압축하자면, '카페용 배경음악'.

물론 현악이나 전자음의 도배, 완급이 조절 되지 않은 보컬 등 소위 '과잉' 현상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은 이 앨범의 미덕으로 남아있다. 감칠맛을 내는 옅은 허스키 음색 또한 청취를 반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하지만 이는 박혜경 본인의 매력일 뿐, <여자가 사랑할 때>가 거둔 성과라 보기는 힘들다. 이미 익숙한 곡조인 덕에 대중의 손길은 잦을지 모르나 박혜경의 커리어에 직접적인 이득이 될지는 물음표다. 특히 왜 리메이크 앨범이어야 했는지 그녀는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

-수록곡-
1. 아름다운 이별 (작사: 김창환 / 작곡: 김형석 / 편곡: 이상호)
2. 너에게 (박창학 / 윤상 / 김진환)
3. 사랑과 우정사이 (오태호 / 오태호 / 이상호)
4.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유재하 / 유재하 / 김진환)
5. I believe (양재선 / 김형석 / 신사동호랭이)
6. 아마도 그건 (박병규 / 박병규 / 이석주)
7. 아주 오래된 연인들 (정석원 / 정석원 / 신사동호랭이)
8. 이별의 그늘 (박주연 / 윤상 / 이상호)
9. 향기로운 추억 (조동익 / 조동익 / 김진환)
10. Reality (편곡: 권석홍)

프로듀서: 이상호, 김진환
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