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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weet Escape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
2006

by 김두완

2006.12.01

가수는 실력 있는 프로듀서를 원한다. 그 사람이 와서 자신을 가꾸어 줬으면 한다. 스스로의 능력으로 모든 작업을 해치우는 누군가가 아닌 이상, 이것은 숙명이나 다름없다. 대칭적으로 요새 미국의 '흑인 음악' 가수들에겐 팀벌랜드(Timbaland)나 넵튠스(Neptunes)가 대세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쌓인 가수의 앨범이라면 이들 중 한 사람 이름 정도는 웬만하면 들어가 있다.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 저스틴 팀벌레이크(Justin Timberlake), 비욘세(Beyonce), 제이지(Jay-Z) 등 그 수혜자들은 허다히 보인다.

그러나 하나의 인물 아래에서 여러 명이 입은 '혜택'들은 서로 비교대상이 되기 일쑤다. 곡의 작법이 비슷해 간혹 동일물이란 취급도 받기도 한다. 프로듀서가 가수의 이미지를 덮어버리는 극점이 바로 여기서 생기곤 한다. '주어'보다 '형용사'가 더 비대해져 버리는, '바라지 않았던' 골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의 소포모어 앨범 < The Sweet Escape >도 간과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번 앨범은 그녀의 솔로 데뷔작 < Love. Angel. Music. Baby >(2004)와 비슷한 틀에서 주조되었다. 5곡을 감독한 넵튠스(The Neptunes)를 비롯해 넬리 후퍼(Nellee Hooper), 토니 카널(Tony Kanal), 린다 페리(Linda Perry) 등이 본 음반 작업을 위해 재차 시간을 할애했다.

작품의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로 갈린다. '하나'는 넵튠스가 뿌린 비트 위주의 힙합이고, '둘'은 넬리 후퍼를 중심으로 날을 세운 신스팝이다. 넵튠스의 경우 패럴(Pharrell)이 작곡을 주도했다. 영화 < The Sound Of Music >(1965)의 'The lonely goatherd'를 기괴하게 운용한 첫 싱글 'Wind it up', 연인의 소소한 다툼이 매끄럽게 그려진 'U started it' 등, 패럴의 < In My Mind >(2006) 앨범을 상기시키는 배경은 여러 곳 있다.

이들과 섞인 신스팝 사운드는 지극히 멜로디 위주다. 뉴 오더(New Order)를 재탕하고 있는 넬리 후퍼의 프로듀싱은 'Early winter'와 'Wonderful life'에서 '상처받은 여심(女心)'을 강렬히 감싼다. 특별히 'Early winter'에서는 킨(Keane)의 팀 라이스 옥슬리(Tim Rice-Oxley)가 작곡과 건반을, 'Wonderful life'에서는 디페쉬 모드(Depeche Mode)의 마틴 고어(Martin Gore)가 기타 연주를 맡아 이채롭기도 하다. 이와 같은 곡들 사이로 노 다우트(No Doubt)의 베이시스트 토니 카널은 각기 양태가 다른 세 곡을 꽂아 넣었다('4 in the morning', 'Fluorescent', 'Don't get it twisted'). 록에 가려져 있던 그의 팝 센스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기껍게 조흥한다.

확실한 것은 프로듀서의 이름값에 부응한 '양질의 총체'가 나왔다는 점이다. 수레바퀴 살처럼 뻗은 13곡의 사운드가 그웬 스테파니를 중심으로 반응한다. 1집보다 재기가 줄긴 했지만 < The Sweet Escape >는 분명 안정감 있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면 그녀가 지금 '무엇이' 되었냐는 의문일 테다. 그녀에게 '그룹 노 다우트'가 '철녀본색'을 드리운 반면, '솔로가수 그웬 스테파니'는 이도저도 아닌 당당함만을 부여하고 있다. 그녀의 이름값이란 분명 상기한 명장들의 그것과 버금가는 무엇이지만, 두 번째 앨범에선 이마저 그들에 의해 지긋이 눌렸다. 구성의 열쇠를 타인에게 쥐어주면서 주객전도가 일어났다. 어쩌면 현재 그녀가 지향하는 아이콘이 '무명씨'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수록곡-
1. Wind it up
2. The sweet escape featuring Akon
3. Orange county girl
4. Early winter
5. Now that you got it
6. 4 in the morning
7. Yummy featuring Pharrell
8. Fluorescent
9. Breakin' up
10. Don't get it twisted
11. U started it
12. Wonderful life
13. (Bonus Track) Wind it up (Harajuku lovers live version)
김두완(ddoobar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