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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ind
러브홀릭(Loveholic)
2006

by 조이슬

2006.12.01

같은 음악들의 포화상태는 결국 가요계에 '리메이크 붐'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낳았다. 추억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순기능을 악용, 겨우 구색을 맞춘 창의성 없는 결과물들은 그 중 어느 하나 오래 남겨지지 못했다. 거대한 규모의 강박감 속에서 멜로디만 앙상히 남은 형상이었다. '리메이크(remake)'의 개념을 스케일의 확장과 감정 과잉의 보컬로 잘못 해석한 제작자들의 교활한 책략이었다면 이해가 쉬울까.

시대적 요구에 한 걸음 뒤에 물러나있는 시점이긴 하지만 대중들의 '날선 시각'은 여전히 존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야 한다. 그 와중에 정규앨범 3장을 내놓으며 '모던 록'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러브홀릭도 이에 동참한다. '르네상스(Renaissance)', '클래식 오디세이(Classic Odyssey)' 등 그동안 쏟아져 나왔던 리메이크 앨범들의 거창한 제목들에 비하면 '다시 돌려서 재생 한다'는 뜻의 < Rewind >는 조금 싱거울 정도로 겸손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타이틀이 주는 이름만큼 사운드의 무게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2003년 데뷔부터 지금까지 러브홀릭이 그리고자 한 음악적 지평은 늘 뚜렷했다. 복잡한 화성을 쓰지 않고도 음악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록의 질감을 확인할 수 있는 진중한 사운드였고, 그럼에도 거부감 없이 쉽게 들리는 말랑말랑한 멜로디는 그들의 지향을 확실히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정한 음악적 자주(自主)의 실현은 '리메이크'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우선, 그동안 리메이크 음반의 불문율의 공식인 듯 과할 정도로 깔리던 스트링을 걷어내고 쟁글거리는 기타로 대신함으로써 변별력을 갖춘다. 유감없이 발휘되는 강현민과 이재학의 오랜 공력은 모든 곡들을 재생시키는데 있어 이 '모던 록'이라는 맥을 놓치지 않고 있다. 실내악편성의 오케스트레이션과 피아노의 화성이 주를 이루던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도, 마이너로 시작하는 이소라의 '처음 느낌 그대로'도 리듬감을 더해 좀 더 동적인 느낌으로 다듬는다. 모두 '러브홀릭'이 담을 수 있는 감성 안에 적절히 녹아있다.

'박기영'에게 준 팀의 베이시스트 이재학의 '정원', '강현민'의 곡인 '일기예보' 시절의 '인형의 꿈' 등 마지막까지도 유영하는 듯 몽롱한 사운드의 연속이다. 뛰어난 음악적 브레인이 만들어놓은 완성도이지만 자칫 간소할지 모르는 편곡을 압도하는 것은 물론, 지선의 음색이다. 삐삐밴드의 '안녕하세요', 어떤날의 '출발' 등 원곡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곡에서 그녀는 보컬의 유연한 울림을 선사한다. 타이틀곡인 이지연의 1989년 히트곡 '바람아 멈추어다오'는 바로 연주보다는 보컬의 악센트를 두겠다는 의지이다. 데뷔작 'Loveholic'에서의 무덤덤하지만 촉촉했던 감성은 'Sky'와 '차라의 숲'을 거쳐 정제되어지고 생동감을 얻어 힘을 더하고 있다.

이렇듯, 러브홀릭이 3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쌓아올린 그들만의 성지는 < Rewind >로 또 한 번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 이미 주어진 멜로디에도 세련된 정서와 감각을 투영할 수 있음을, 그들만의 상상력으로 얼마든지 새로운 접근법을 가할 수 있음을 절감하게 한다. 이제는 러브홀릭이 건네는 이름만으로도 믿음직스럽다.

-수록곡-
1. 오 그대는 아름다운 여인 (작사: 최성원 / 작곡: 최성원 / 원곡가수: 들국화)
2. 바람아 멈추어다오 (전영록 /전영록 / 이지연)
3. 늘 (강현민 / 강현민 / 강현민)
4. 정원 (이재학 / 이재학 / 박기영)
5. 안녕하세요 (강기영 / 강기영, 박현준, 이윤정 / 삐삐밴드)
6. 기분 좋은 날 (이남우 / 박청귀 / 김완선)
7. 가리워진 길 (유재하 / 유재하 / 유재하)
8. 처음 느낌 그대로 (이소라 / 김광진 / 이소라)
9. 출발 (이병우 / 이병우 / 어떤날)
10. Happy X-Mas (Lennon John / Ono Yoko)
11. 인형의 꿈 (강현민 / 강현민 / 일기예보)

All songs produced and arranged by Loveholic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