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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l Fixation Vol.2
샤키라(Shakira)
2005

by 조이슬

2005.12.01

'섹스 어필'이라는 말은 참 모호하다. 이는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뮤지션들의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 지명도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선택한 '섹시' 컨셉은 자신을 뮤지션으로 봐주기를 간절히 호소할 때, 올가미가 되어 자신의 구획에 가두어 버린다. 이미 '음악'은 그녀가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춤을 추는지에 가려 부차적인 위치만을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라틴 팝의 여신에서 세계 시장에 우뚝 선 콜롬비아 출신의 샤키라(Shakira)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 제1회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수상한 실력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악의 중심에는 늘 그녀가 있었기에 이러한 속단은 더욱 가혹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세계 팝 시장에 불을 지필 두 번째 영어 앨범 < Oral Fixation Vol.2 >에서 그녀는 매혹적인 앨범재킷 보다도 실력 있는 아티스트임을 고지한다.

2001년 작 < Laundry Service >에서 내세웠던 라틴리듬 색이 옅어지고 록 사운드로 강하게 채웠다.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의 'Complicated'를 작곡한 로렌 크리스티(L. Christy)의 손을 거친 첫 싱글 'Don't bother', 중세시대의 성가를 연상시키는 'How do you do'만 봐도 감지할 수 있다.

그녀의 출신성분을 환기시키는 라틴 감성은 산타나의 맛깔스러운 기타가 삽입된 'Illegal', 플라멩코리듬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Animal city'로 충분하다. 다양한 음악 스펙트럼은 머지(mersey)비트를 차용한 'Hey you', 신스 팝 분위기의 'Timor'에서 완성되며, < Laundry Service >의 'Underneath your clothes'의 맥을 잇는 고급스러운 발라드는 'Your Embrace', 'Something'으로 적절히 배치하고 있다.

그녀의 보컬도 심상치가 않다. '비틀스, '레드 제플린', '너바나'를 받아들인 록 사운드는 'Costume makes the clown'에서 여린 음색과 주특기인 꺾는 창법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그야말로 '순수한 관능미'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다.

록 사운드를 지향하지만 음악에서 그려지는 이국취미(異國趣味)를 자극하는 것은 그녀의 확고한 아이덴티티 덕분이며 '섹스 어필'을 강조하지만 천박하지 않은 것은 뮤지션으로서의 '업'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샤키라의 이름만으로도 인기를 담보하지만 현실적 안주에 머무르기보다는 좀 더 욕심을 내는 그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섹시 스타'의 잣대만을 갖다대는 것은 그래서 참 모호한 일이다.

-수록곡-
1. How do you do
2. Don't bother
3. Illegal (featuring Carlos Santana)
4. The day and the time (featuring Gustavo Cerati)
5. Animal city
6. Dreams for plans
7. Hey you
8. Your embrace
9. Costume makes the clown
10. Something
11. Timor

Produced by Shakira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