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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ndry Service
샤키라(Shakira)
2001

by 고영탁

2002.01.01

리키 마틴과 제니퍼 로페즈가 주도했던 라틴 팝 시장. 그러나 이제는 콜롬비아 출신의 여성 뮤지션 샤키라를 눈 여겨 볼 때다. 올해 스물 다섯 살인 이 매력적인 여가수는 지난 수년간 남미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라틴 팝/록 디바다. 그런 샤키라가 라틴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영어앨범 .

<유에스 투데이>지에서 '라틴 앨라니스 모리세트'라 평할 정도로 샤키라는 록과 팝, 라틴댄스를 넘나드는 독특하고 신비스런 가창력을 자랑한다. 비음이 강하고 꺾어지는 듯한 창법은 앨라니스 모리세트뿐 아니라 나탈리 머천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무엇보다 자작곡 능력을 보유해 독자적인 음악성까지 갖췄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일단 이 영어앨범으로만 보자면 음악적으로도 기존의 라틴 팝 가수들과는 색다른 느낌이다. 라틴 특유의 정열적인 리듬이 살아있지만 굳이 라틴을 강요하지 않는다. 몇 곡의 인상적인 라틴음악 외에 강렬한 록 넘버와 발라드 곡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앨범의 시작은 신나는 탱고. '꿍짝꿍짝' 반도네온 연주로 기분 좋게 시작하는 'Objection(Tango)'은 아르헨티나의 탱고와 록이 결합된 이색적인 트랙이며, 샤키라의 보컬은 거친 템포변화를 무난하게 소화해낸다.

헌신적인 사랑에 관한 노래인 'Underneath your clothes'는 호소력 짙은 가창력이 두드러진 차분한 발라드이고, '라틴 디바' 글로리아 에스테판과 남편 에밀리오 에스테판이 참여해 일찍부터 화제가 된 'Whenever, wherever'는 안데스 지역의 팬 플루트와 브라질 퍼쿠션 연주가 흥겨움을 더하는 활기찬 라틴 팝 넘버다. 이미 싱글로 발표되어 1월 5일자 빌보드 팝 차트 7위에 오른 히트곡이며, 광활한 평원을 배경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외에 2002 월드컵 주제가를 만든 글렌 발라드가 샤키라와 공동 작곡한 노래로, 레드 제플린 풍의 스케일 큰 발라드 'The one', 레바논 사람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중동의 이국적 향취가 반영된 댄스 트랙 'Eyes like yours'(원곡은 'Ojos asi') 등이 귀기울여 들어봐야 할 곡들. 'Te dejo Madrid'를 비롯해 4곡의 스페인어 노래도 있다.

한국인인 이상 스페인어와 영어 사이의 어감 차이를 느끼긴 힘들겠지만,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같은 곡 'Objection(Tango)'과 'Te aviso, Te anuncio(Tango)'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역시 스페인어 쪽이 더 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번역의 문제인데, 그러나 샤키라의 이전 앨범들을 다 들어보지 않은 이상 함부로 말하긴 힘들다. 확실한 건 샤키라의 재능은 다방면에 뻗어 있으며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콜롬비아 출신으로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노벨상 문학상을 받은 문호 마르케스는 그녀를 두고 “샤키라의 음악은 어느 누구에게도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아무도 그녀처럼 노래하거나 춤출 수 없다”라고 말했다. 작곡실력도 그렇지만 하나의 분명한 악기로 작용하는 보컬은 마법을 거는 듯 매혹적이며, 또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물론 앨범 재킷에서 보듯 섹시한 외모도 팬들을 즐겁게 한다.

-수록곡-
1. Objection(Tango)
2. Underneath Your Clothes
3. Whenever, Wherever
4. Rules
5. The One
6. Ready For The Good Times
7. Fool
8. Te Dejo Madrid
9. Poem To A Horse
10. Que Me Quedes Tu
11. Eyes Like Yours(Ojos Asi)
12. Suerte(Whenever, Wherever)
13. Te Aviso, Te Anuncio(Tango)
고영탁(taakiz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