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Harlequin
리 릿나워(Lee Ritenour)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
1985

by 정우식

2014.02.01

퓨전 재즈, 또는 컨템포러리 재즈 전성시대를 언급할 때 거론되는 뮤지션인 데이브 그루쉰(Dave Grusin)과 리 릿나워(Lee Ritenour)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무결점 사운드'와 CD시대에 걸 맞는 깔끔한 디지털 녹음과 디지털 마스터링을 선구적으로 시도한 레이블, GRP(Grusin- Rosen Production)의 간판 뮤지션들이다. 이 레이블의 수장 데이브 그루쉰과 좌장 리 릿나워는 1980년대 퓨전 재즈 전성시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데, 그 시작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앨범 < Harlequin > 이다.

컨템포러리 재즈의 “황금비율 조합”으로 칭송된 이 듀오는 미국 웨스트코스트 씬을 중심으로 활동해 온 일급 세션맨들이었다. 배우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1967년 영화 < 졸업 > 의 스코어 작업으로 명성을 얻은 데이브 그루쉰은, OST를 계기로 폴 사이먼을 비롯, 재즈 보컬 사라 본과 퀸시 존스의 앨범 녹음에 참여하며 전천후 뮤지션다운 면모를 드러냈고, 리 릿나워 역시 스틸리 댄의 < Aja >, 핑크 플로이드의 < The Wall > , 영화 < 토요일 밤의 열기 > OST의 녹음 및 편곡작업에 참여하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던 중 1974년, 재즈 삼바 명인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 저택에서 열린 잼 세션을 통해 만난 둘은 남국의 서정미가 물씬한 브라질리언 팝(Brazilian Pop)에 대한 서로의 관심을 확인했고, 이윽고 L.A에 자리한 클럽 “Baked Potato"에서 매주 화요일 밤 만나 진한 교분을 쌓아간다. 둘의 의기투합은 여러 실력파 세션맨들을 규합한 “데이브 그루쉰-리 릿나워” 사단의 출범으로 이어졌고, 리 릿나워의 데뷔작 < First Course > (1976)에서 데이브 그루쉰이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지금까지 이어져온 장구한 콤비 플레잉은 시작된다.

콤비 프레잉은 1982년, 데이브 그루쉰이 설립한 레이블 GRP 사단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한다. GRP에 둥지를 튼 두 뮤지션은 평소 관심 있던 브라질리언 팝을 중심에 둔 앨범을 구상했고, 컨셉을 구체화하는 과정서 리 릿나워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브라질 출신의 싱어송 라이터 이반 린스(Ivan Lins)를 초청한다. 자국 브라질에선 이른바 MPB(무지까 빠뿔라 브라질레이라)의 선두 주자였지만, 당시까지 미국에선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브라질리언 팝 특유의 서정성에 더해 간담을 후비는 듯 애절한 이반 린스의 보컬은 진작 리 릿나워를 매료시키기 충분했고, 이런 배경에 힘입어 앨범은 두 주인공 뮤지션의 정갈한 어쿠스틱 사운드를 배경을 삼은 이색적인 크로스오버를 그려낸다. 앨범에서 이반 린스는 “Harlequin”, “Before It's too late”, “Beyond the Storm” 3곡을 직접 쓰고 노래했다. 과거 단순히 삼바리듬을 차용하는 식의 도식적인 크로스오버가 아닌 브라질 본토의 명 뮤지션을 영입해 함께 곡 작업을 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를 표방한 색다른 프로듀싱은 전자음의 홍수로 기억된 80년대 다수의 컨템포러리 재즈 씬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의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브라질리언 팝을 부각시킨 앨범은 빌보드 재즈 차트 2위에 오르는 호조를 보였고, 자신감을 얻은 데이브 그루쉰과 리 릿나워는 “GRP 올스타 수퍼 세션”(GRP All STAR Super Session)을 조직, 앨범에 참여했던 가수 이반 린스와 GRP 소속 뮤지션인 데이브 발렌틴(Dave Valentine; 플릇), 다이안 슈어(Diane Schuur; 보컬) 등 정상급 세션맨들과 월드 투어를 진행한다. 앨범의 성공에 힘입어 성사된 이 수퍼 세션은 라이브 앨범으로까지 발표됐고, 그 기록은 일본의 비디오아트(Video Art)를 통해 유투브에까지 소개되어 국내 소재 여러 실용음악학과의 시청각 교재로까지 활용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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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리언 팝의 교분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지속돼 온 이들 둘의 콤비 플레이를 담은 수작 < Harlequin > 의 명성은 비단 자국에서만 머물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퓨전 재즈 붐을 일으키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앨범은 한동안 해적판으로 유통되며 퓨전 재즈 마니아의 추종을 받아왔고, 음반수입 자유화가 되기도 전에 이미 서울 음반을 통해 라이센스로 소개되며 마니아들은 물론이고 국내 뮤지션들에게도 참고 이상의 가치를 발했다. 세션맨 출신다운 손색없는 연주와 깔끔한 사운드가 특징인 본 작엔 85년 그래미상 “베스트 팝 인스트루멘털 어레인지먼트”부문을 수상한 연주 “Early am Attitude” 가 특히 애청됐다. 방송 BG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상큼하고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이 특징인 이 곡은 '퓨전 재즈', 이른바 '팝 인스트루멘털(Pop Instrumental) '이란 용어를 국내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수록록-
1. Harlequin (Arlequim Desconhecido) (Feat. Ivan Lins)[추천]
2. Early A.M. Attitude [추천]
3. San Ysidro
4. Before It's too late (Antes Que Seja) (Feat. Ivan Lins)[추천]
5. Silent Message
6. Cats Of Rio [추천]
7. Beyond The Storm (Depois Do Temporais) (Feat. Ivan Lins) [추천]
8. Grid-Lock
9. The Bird [추천]
정우식(jassbo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