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의 통산 6집에 해당되는 < Don't Believe The Truth >는 듣는 이들의 기대가 실제와는 달리 무작정 부풀려지면 그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증명해주는 최근의 좋은 사례다. 발매 전부터 2집 <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 이후 최고작이라는 사전 품평이 주를 이루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들이 써내려 갔던 비범한 멜로디 라인에 회복의 기미는 다소 보일지언정 예상했던 것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파워와 선율의 매력적인 동거가 오아시스 음악의 존재 이유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후자의 부재, 즉 '노래'의 상대적 약화는 한결 강한 어조로 다가올 것이다. 몇몇 수록곡들, 예를 들어 첫 싱글로 발매된 'Lyla'나 'Wonderwall'을 투박한 사운드로 대체한 듯 들리는 'Part Of The Queue' 등에서 약간의 멜로디 복권 의지는 드러나지만 그것이 전체를 통해서가 아닌 부분 소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전반부가 지루하고 후반부에 오히려 괜찮은 곡들이 많다는 점은 앨범의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음반의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앞서 언급한 'Part Of The Queue'를 출발점으로 한 마지막 네 곡이다. 소포모어 음반에 커트되었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멜로디컬 드라이브 넘버들이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그들을 향한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선율이 주는 부드러운 곡선미와 리듬이 주는 강성의 직선미를 잘 결합해 아직도 저력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웅변하고 있다.
이것 하나 때문에라도 들어볼 가치는 있는 작품이지만 실망스러웠던 전작 < Heathen Chemistry >(2002)보다 조금 나아진 것만으로는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매진 사례를 거듭하고 있는 라이브 약발 때문에라도(우리 입장에서 이건 정말 부러운 부분이다.) 당분간은 대중의 환호를 독점하겠지만, 이제는 그만 좀 싸우고 음악에만 몰두하라. 당신들의 형제애가 음악에서 다시 한번 화려한 꽃을 피우게 될 그 때를 우리 모두는 간절히 기다리고 있으니까.
-수록곡-
1. Turn Up The Sun
2. Mucky Fingers
3. Lyla
4. Love Like A Bomb
5. The Importance Of Being Idle
6. The Meaning Of Soul
7. Guess God Thinks I'M Abel
8. Part Of The Queue
9. Keep The Dream Alive
10. A Bell Will Ring
11. Let There Be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