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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Here Now
오아시스(Oasis)
1997

by 임진모

1997.08.01

“노 다우트의 '말하지마(Don`t speak)'말야. 대단한 곡이야.”

“지금 뭐라고 말했어? 그 곡은 한마디로 쓰레기야!”

“아냐, 최고의 노래라구!”

“이러니까 음악이 문제야. 쟤는 그 노래가 좋다고 하는데 난 아냐. 노래 부른 여자(그웬 스테파니)가 사람이 괜찮긴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마'가 쓰레기란 사실이 가려지는 건 아냐.”

얼핏 친구간의 대화같다. 하지만 사실은 다섯 살 차이나는 형제끼리의 말다툼이다. 스물아홉살의 노엘 갤러거와 스물네살의 리암 갤러거. 오늘날 영국 팝계의 최고봉으로 우뚝 서 있는 그룹 오아시스의 두 기둥이다. 그러나 말이 그룹의 쌍두마차이지 이 형제간의 갈등은 영국 매스컴의 단골 기사거리가 될 만큼 심상치가 않다.

갈등이 아니라 실상 반목과 불화에 가깝다. 이와 같은 음악 논쟁은 싸움 축에도 못낀다. 얼마나 치고 받고 싸우던지 작년 가을 오아시스의 전미 순회공연 도중 노엘 갤러거는 '더이상 못해먹겠다'며 훌쩍 떠나버렸다. 오만한 동생 리암은 코방귀를 뀌었다. 그룹은 흔들렸다.

둘 사이의 잦은 언쟁을 주시해온 매스컴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잇따라 오아시스 해산설을 퍼뜨렸다. 노엘은 한편 일렉트로니카 듀오 케미컬 브라더스와 함께 '지는 해(Setting sun)'를 내놓았다. 결별이 기정사실화 하는 듯했다.

오아시스의 라이벌은 보통 브릿 팝의 대권을 놓고 쟁패하는 블러(Blur)로 얘기된다. 그러나 사정이 이 정도면 블러고 뭐고 그룹 내 두 형제를 진짜 라이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토록 으르렁거리는 두 형제가 다시 손잡고 새 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은 <지금 여기 있소이다(Be Here Now)> 신보 녹음과 동시에 보란 듯 해산설도 일축했다. 노엘은 지난해 공연 도중하차에 대해 후회하는 빛이 역력하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하는데 지쳤다. 그래서 떠났다. 그러나 다시 모여 앨범 하나 더 만들고 그만두기로 했다. 우리가 대체 뭣 때문에 끙끙거리는 거야?”

오아시스의 3집은 강한 사운드가 두드러진다. 사이키델릭한 기타와 드럼 루프로 가득하다. 노엘은 '지는 해'의 강한 드럼 사운드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전작은 좀 조용하고 팝적이었다. 이번에는 세게 나가기로 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말이다.”

얼마나 사운드가 강한지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반주녹음을 할 때 시끄럽다고 쫓겨나기도 했다. 첫 싱글로 내놓은 '내 뜻을 알아?(D`you know what I mean)'도 7분으로 너무 길다. 전반적으로 실험성이 짙다. 우선은 2집의 성공패턴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우린 아무 일도 아닌 것 가지고 싸웠다. 앞으로도 계속 다툴 것이다!” 특이하다고 해야 할지, 한심하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웃기는 형제'다.

-수록곡-
1. D'You Know What I Mean?
2. My Big Mouth
3. Magic Pie
4. Stand by Me
5. I Hope, I Think, I Know
6. The Girl in the Dirty Shirt
7. Fade in-Out
8. Don't Go Away
9. Be Here Now
10. All Around the World
11. It's Gettin' Better (Man!!)
12. All Round the World (Reprise)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