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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Soul Flight
나얼
2005

by 이대화

2005.01.01

나얼이 2005년 리메이크 열풍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새해부터 김범수 이승철 박효신 등의 리메이크 앨범이 봇물을 이룰 전망인 가운데,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나얼은 자신의 첫 솔로 앨범을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로 장식했다. 제일 먼저 대결의 시작을 알린 만큼 앞으로 전개될 리메이크 음반 시장의 추이를 점쳐 볼 수 있는 첨병의 역할 또한 맡고 있다.

이번 리메이크 열풍의 특징은 대부분이 노래 실력으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뮤지션들이라는 점과 스스로가 리메이크 음반의 상업적 이용에 대한 오해를 경계한다는 점이다. 김범수는 “주변의 권유가 아닌, 어릴 적 흥얼거리던 추억의 레퍼토리들을 직접 골라 내 색깔을 살리려는데 주력했다”고 밝혔으며, 본 음반의 주인공인 나얼 또한 동아일보의 한 기사에서 “이번 앨범이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를 리메이크 해 추억을 파는 앨범으로 보이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한다.

나얼은 “리메이크는 가수의 목소리만 바꿔서는 안되며, 새로운 해석을 곁들인 실험이어야 한다.”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그만큼 리메이크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나얼의 말은 이쯤에서 가로막도록 한다. 어떤 언급이든지 간에 일단 음악을 들어보고, 제대로 분석해 본 다음에 신뢰할 일이다. 먼저, 이 음반의 타이틀 곡 '귀로'는 박선주의 원곡으로 1989년 강변가요제 은상을 수상했던 노래다.

당시에 박선주의 보컬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얼은 이 곡을 자신의 색깔인 알앤비(R&B)와 소울(Soul), 그리고 재즈(Jazz)의 느낌으로 다시 편곡했다. 중요한 것은 장르의 전환이 아니라 그 완성도에 있는 것인데, 피아노와 색소폰을 분위기 메이킹 용 소품으로 끼워 맞춘 것, 그리고 여전히 감지되는 한국식 변종 소울의 냄새가 그 신뢰를 떨어뜨린다.

'귀로'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음반에서 나얼의 보컬은 대체로 감정의 활화산을 내달린다. 음을 꺾어서 최대한 공중으로 띄우고, 화려한 기교로 가창력의 성숙을 과시한다. 워낙에 뜨거운 탓에 물과 같은 편안한 원곡들에 불을 질러 놓았다.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들을 때면 항상 내 뒷모습과 과거를 돌아보곤 했는데, 나얼의 '언젠가는'을 들으면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갈증이 난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울컥거리는 애절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불타버린 감정에는 항상 재가 남게 마련이고, 재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또 다시 물이 필요하다. 추억이 피어나고, 설렘이 간질이는 그 물과 같은 원곡이 그립다.

동물원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는 레게(Reggae) 스타일로 변화를 주었고, 이글스(Eagles)의 'Sad cafe'는 다이내믹 듀오(Dynamic Duo)의 랩까지 들어갔다. <Back To The Soul Flight>의 대부분의 곡들은 이렇게 새로운 색깔과 의외의 장르로 변환되었다. “리메이크는 새로운 실험이 곁들여진 해석이어야 한다”는 본인의 말은 이것들을 두고 했던 말인 것 같다.

하지만 그 완성도는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험과 재치라고 하기엔 창조적 치기가 부족하고, 원곡의 감동과 가사 전달력이 심하게 훼손되었다. 코털 형님 김흥국이라면 '호랑나비' 소울 버전에 “으아~” 하겠지만, 고이 잠들어 계신 유재하라면 마음이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리메이크 붐에 대한 비평계의 정조준 겨냥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그 첨병부터가 창작력의 무장해제 상태로 접근하고 있다면 분명 한국 가요계가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에 틀림없다. 이젠 리메이크의 기획에도 좀 더 신중한 노력이 깃들어야만 한다. 원곡에 대한 존경 혹은 재치가 담겨있는 지적인 선곡, 변형과 재구성을 창작의 경지로 이끌 수 있는 노련한 음악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차라리 이럴 때야말로 한 번쯤 유행에 반기를 드는 것도 쿨하게 보이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수록곡-
1. Intro
2. 그대 떠난 뒤 (작곡 : 장기호 / 작사 : 장기호)
3. 언젠가는 (안진우,이상은 / 이상은)
4. 우울한 편지 (유재하 / 유재하)
5. Back to the soul flight (interlude) (나얼 / 나얼)
6. Sad cafe (Glenn Frey, Don Henley, J.D. Souter, Joe Welsh)
7.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창기 / 김창기)
8. 귀로 (예민 / 예민)
9. The life (interlude) (나얼 / )
10. 한 여름 밤의 꿈 (권성연 / 권성연)
11. The butterfly effect
12. 호랑나비 (이혜민 / 이혜민)
13. 한번만 더 (김성호 / 전상진)
14. Ribbon in the sky (Steivie Wonder)
15. Whispering of the children
16. 주 여호와는 광대하시도다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