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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
나얼
2024

by 김호현

2024.06.01

어느 시점 이후로 나얼의 음악을 듣는 이는 단순히 알앤비 스타일을 느끼는 것을 넘어 과거 미국에서 유행했던 흑인 음악의 현전을 체험한다. 가창과 작곡을 넘나들며 오랜 기간 쌓아 올린 표현력으로 가수의 동경을 정밀하게 구현해 냈기에 가능한 경험이다. 차라리 세공에 가까운 이 작업을 이끈 집중력도 놀라우나 그의 음악이 비로소 흥미로워지는 지점은 재생이 끝난 후 그가 만든 타임머신에서 내렸을 때다.


새삼스럽지만 나얼은 흑인이 아니고, 지금은 과거가 아니다. 그리고 '1993'은 가장 비-한국적이고, 현재를 완전히 이탈했다. 이를 강한 사대주의와 몰개성적인 레트로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한편으론 미래 지향만이 미덕이 되는 시대를 향한 저항적 아이러니의 표현이다. 다만 음악의 가치가 어디에 혹은 얼마나 있든 결국 대중이 그 의미를 확정한다는 것은 분명할 텐데 그의 음악이 포섭할 수 있는 범주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은 얄궂다.

김호현(hoizm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