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곡을 기억하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다. 2002년 당시,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바이브라는 3인조 싱어송 라이팅 알앤비 그룹을 알리기엔 충분한 곡이었다. 'I need you baby bye, bye, bye, 가야만하니 why, why, why...'와 같이 반복성 있는 가사와 잘 맞아떨어지는 멜로디는 입에 착착 달라붙어, 골라 부르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에 중간 중간 래핑을 삽입해서 바이브의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
대개 목소리를 절묘하게 꺾고 떠는 바이브레이션과 넘보기 힘든 고음부, 그리고 사람의 몸을 느슨하게 들썩이게 하는 리듬 등이 어우러져, 부르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 알앤비 발라드 곡들이다. 높은 음을 쭉쭉 잘 뽑아낼수록 노래 잘하는 알앤비 가수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바이브 음악의 강점은 앞서 지적한 바대로 노래가 어렵지 않고 입에 잘 휘감긴다는데 있다. 바이브만의 인기 노하우다.
그렇듯 기분 좋은 인기를 얻어냈던 바이브가 기획사와의 불화로 돌연 8개월 동안 잠적을 감행했다.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8개월간의 긴 잠수 타기는 소속사를 옮기는 것으로 막을 내리고 2집이 발매됐다.
음악 스타일은 사뭇 새로워졌다. 1집에서 바이브가 팝적인 알앤비와 힙합을 구사했다면 이번에는 알앤비의 농도가 훨씬 짙어졌고, 비교적 거친 랩으로 진행되는 힙합 사운드에 대한 의존도는 대폭 감소되었다. 대신 고급스러운 재즈의 느낌을 알앤비 리듬의 줄기에 자연스럽게 감아낸 곡들이 꽤 눈에 띈다. 판에 박힌 알앤비 곡들의 범람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시도했다는 것은 분명 고마운 일이 아닐까.
타이틀곡은 1집과 2집 사이의 구름다리를 걷는 정도. 역시나 '오래 오래 오래 오래'라는 쉬운 가사를 되풀이하며 재미를 주고, 랩이 자제된 대신 알앤비 사운드가 한층 두터워진 모양새다. 업그레이드 된 멤버들의 화음도 듣기 좋다. 최신 트렌드와 바이브의 개성을 잘 결합한 곡이다.
미국 재즈의 명문인 '블루노트(Bluenote)'에서 제목을 따온 듯한 'Blue'는 색소폰과 재즈 피아노 소리, 그리고 재즈리듬을 알앤비 곡으로 스리슬쩍 풀어냈다. 비슷한 기조를 이어가는 '멀리' 위에 얹혀진 바이브식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짧은 '여백'을 사이로 좀 더 팝적 스테이지로의 전환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부드러운 튕김으로 시작하는 '사진을 보다가'는 클래시컬한 현악이 동원된 듣기 편한 알앤비 발라드. '1st Love', '내가 너를' 등도 마찬가지다. 확실히 1집에 비해 편곡이 강화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따라서 1집에 비해 입을 열게 하기 보다는 귀를 잡아끄는 앨범이 됐다. 넘쳐나는 알앤비 속의 '또 알앤비'이지만, 그리고 6억 5천만 원이나 들여서 만든 뮤직비디오보다 음악에 들인 투자가 더 많은지는 미지수지만, 인정할 수 있는 것은 바이브 3인의 노력이 배가되어 그만큼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점이다.
-수록곡-
1. Do you remember
2. 오래 오래
3. 하루에 시간이 주어진다면
4. Blue
5. 멀리
6. 거짓말이죠
7. 여백
8. 사진을 보다가
9. 1st love
10. 미워하죠
11. My everything
12. 모르겠니
13. 내가 너를
14. 기적
15. Baby one more time
16. She 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