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은 이번에도 소녀가 되려 한다. 그리고 이 '소녀'는 그저 사전적인 의미대로 '소년의 반대말'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음악적으로는 매우 섬세하고, 부드럽고, 가녀린 여성스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일단 소녀가 되기 위해선 다소곳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절제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음악적인 절제가 프로듀서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려면 좀 더 배타적인 의미의 '제한'이란 뜻으로 과격해진다. 자발적으로 인내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표현 것들을 깎아내고 참아내는 과정으로 변한다. 더욱이 그 제한의 과정들이 특정한 양의 성공을 위한 목적성을 띄고 있다면, 그 조력자들은 대중들의 성향을 잘 꿰고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별의 경우에는 박진영이고, 박진영을 키워낸 김형석이다. 비의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히트 시킨 방시혁도 이 대열에 끼어 있다.
알앤비(R&B)는 박진영과 방시혁을 만나면서 그 고유의 색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별과 만나서는 자신이 알앤비란 사실을 망각해버렸다. '소녀 같은' 이라는 폭력적인 수식어 때문에 그렇다. 말이란 형용사에 의해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지만 또한 그 의미가 축소되고 제한된다. 별이라는 가수가 갖는 지극히 좁은 가능성은 그녀가 끌어다 쓰는 다양한 음악 재료들의 원색(色)을 흐리게 만든다.
순수하고 꾸밈없이 보이려면 최대한 기교 없는 가녀린 발성으로, 가벼운 그루브 감은 곡의 분위기를 망치지 않고 재미를 줄 수 있을 만큼만, 고독하고 진지하게 보이려면 일단 느린 템포의 섬세한 발라드로, 재밌는 업 템포 곡은 차라리 댄스 곡 몇 개로 한 번에 몰아서. 이런 식으로 배타적이고 제한적으로 창작되었으니 음악적인 재미가 있을 리 없다.
나름대로 다양한 장르들을 섞어냈다지만 단순히 맛만 보여줄 뿐이다. 게다가 그 농도란 얼마나 흐릿한지 음악 청취에 어느 정도 관록이 붙지 않는 이상 그 맛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찾아내기조차 힘들다. 좋은 곡이기 보다는 예쁘장한 느낌의 곡들이고, 감동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는다. 특히, 타이틀 곡 '안부'는 그 소재의 참신함이나 호소력 면에서 지난번 '12월 32일'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소녀가 감동을 주려면 성냥팔이 소녀가 되어야 한다는 컨셉. 별이 보여줄 수 있는 감수성과 호소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는 음반이다. '12월 32일'처럼 다소간 '선정성'을 띄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 그 이상으로 발라드라는 장르의 약점을 떠안고 가기엔 별이 가지는 스펙트럼이 너무 단조롭다. 무엇보다 작사/작곡의 호소력 부족은 1차적인 이유로 전제하고서 말이다.
-수록곡-
1. 별(別) (작사 : 방시혁 / 작곡 : 권태은)
2. 다른사람 (J.Y.Park / J.Y.Park,방시혁)
3. 안부 feat.나윤권 (J.Y.Park / J.Y.Park)
4. 내 남자의 여자친구 (김이나 / 방시혁)
5. Saving my best for you (방시혁,강경헌 / David Eriksen And Aleena)
6. 이젠 내게 (권태은,별 / 권태은)
7. 나쁜 저주 (J.Y.Park / J.Y.Park,방시혁)
8. 2+1 (방시혁,C-Luv,Rappaholik / 권태은)
9. 각자의 길 (방시혁 / 우은증)
10. 고마워할게요 (J.Y.Park / J.Y.Park)
11. I think I (J.Y.Park / J.Y.Park)
12. I love you (별 / 방시혁)
13. 나를 봐요 (별 / 방시혁)
14. 끝 (방시혁 / 권태은)
15. 안부 Instrumen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