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별이 큰 화젯거리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순수한 소녀일 것만 같던 그녀가 가슴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현영 부럽지 않은 S자 라인을 앨범에 공개했던 것. 예상치 못한(?) 그녀의 몸매는 자연스레 가슴성형 논란으로 이어져 온라인상에서 '별'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막 3집을 내놓고 활동을 준비하는 그녀로서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이제 그녀는 성숙하고, 예뻐진 외모에 반한 이들에게 음악으로 '굳히기'에 들어갈 차례이다.
우선, 음악 얘기를 하기 이전에 별은 이번 음반에서 한 가지 모험을 단행했다. 이제 그 이름만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JYP엔터테인먼트에서 H2엔터테인먼트로 새 보금자리를 튼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녀의 멋진 외모의 변신과 함께 그녀의 이름보다도 더 컸던 소속사의 꼬리표를 떼어놓았는데도 그 변화가 정작 음악 속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별' 그대로의 음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앨범 크레딧을 살펴본다면 1,2집에서보다 다양한 작곡가의 멜로디를 수혈 받았지만 여전히 굵직굵직한 곡들은 1집 때부터 함께한, 그녀를 포함한 JYP 패밀리들의 사운드 코어인 방시혁, 권태은이 주축이 되고 있다. 별의 성숙한 모습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인도된 이들에게, '음악적 굳히기'에 들어가기엔 어딘지 부족한 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본적인 베이스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그녀에게 보컬을 포함한 음악적인 어떤 기막힌 변신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인 것 같긴 하다.
만약, 별에게 음악적 성숙을 동반한 기대를 잠시 접어둔다면 조금은 편해진다. 이는 물론 음반의 퀄리티를 기대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앨범 크레딧의 네임 밸류를 확인시켜주듯, 왈츠리듬을 차용한(그 신선한 시도가 단지 '첨가'에 그치긴 했지만) 타이틀 곡 '눈물샘'을 포함한 모든 곡들이 빈틈 하나 보이지 않고 흘러간다. 스트링을 위시한 풍성한 사운드로 채운 고급스러움은 강한 임팩트 하나 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다.
또한, 별의 타고난 예쁜 음색도 여전하다. 특히 '아무렇지 않게', '우린' 등의 슬픈 발라드에서 호소력을 발휘하고 분위기가 반전되는 '괜찮은 오늘'이나 '큐피트'같은 상큼한 넘버에서도 곡 분위기를 그대로 흡수해 부담스러운 과잉 보컬을 찾아볼 수 없다. 좋은 곡과 좋은 보컬이 만난 또 하나의 잘 만들어진 앨범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별 이전에도 노을, 임정희 등 같은 베이스를 가진 많은 가수들이 이미 먼저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들도 역시 별처럼 듣기 좋은 음악과 흠 잡을 데 없는 보컬로 사랑을 받은 뒤다. 퀄리티를 보장한 많은 앨범의 방법론에 너무나 익숙해진 팬들은 너무도 당연한 형식을 이제는 훤히 꿰뚫고 있다. 그래서 즐겨들을 순 있어도 그 속에서 감동을 찾는 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상에서 뜨거웠던 그녀의 담론이 음악적인 대중적 파급효과로까지 그대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수록곡-
1. 아무렇지 않게 (작사: 조우진 / 작곡: 조우진)
2. 눈물샘 (조은희 / "Hitman" Bang)
3. 괜찮은 오늘 - feat. MC몽 (김고은 / PJ)
4. 우린 (박창현)
5. 슬픈 건망증 (이윤경 / 우은증)
6. 큐피트 (김고은 / 권태은)
7. 그대라는 사람은 (서동성)
8. Forever love (작사 : 김고은 / 원곡가수 : 왕리홍)
9. Stay by my side (작사 : 김고은 / 원곡가수 : 쿠라키 마이(Kuraki Mai))
10. 버려야 할 것들 ("Hitman" Bang / "Hitman" Bang, 권태은)
11. 만나러 가는 길 - feat. Double K (김고은 / PJ)
12. 곁에서만 들리는 - <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O.S.T (김희진)
13. 설레임 - <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O.S.T (이성근 / 남혜승)
Produced by 홍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