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신곡, '이제 그만'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배우 김정화는 말한다. “그냥 소라 언니 노래 듣다보면 눈물이 나거든요. 특히 '제발'이라는 노래를 들으면 정말 눈물이 나요. 가슴속에서 뭔가... 특별히 서러웠던 것은 없었는데...” 차마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말끝을 흐리고 마는, 이렇게 감정이 풍부한 김정화는 이소라의 노래를 너무나도 완벽히 소화하고 탁월하게 연기로 표현해 그만 촬영이 끝난 후에도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는 진지한 후일담이 전해진다.
'제발'을 부르던 4집 시절이나 '이제 그만'을 부르는 지금의 6집이나 이소라는 여전히 이소라다. 여전히 서글픈 호흡으로 사유가 불분명한 외로움을 호소하면서 저 어린(?) 김정화를 비롯, 마음 약하고 격정 가득한 청춘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여섯 번째로 어느 노래 제목처럼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말하고 있는 그녀는 사랑에 대한 숨가뿐 욕망과 달콤한 추억을 숨긴 채 쓰린 상처만을 정제하여 예의 처연함으로 귓가를 적신다. 원인을 생략하고 결과에 집중하는 그녀의 노래는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상처를 정서적으로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소라는 구태하지 않다. 이른바 학문적 동지(?), 음악적 파트너를 바꾸며 아픔의 표현을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 기둥인 김현철과 조규찬을 중심으로 그녀는 새 음반 작업마다 새로운 뮤지션과 교감한다. 신선한 남자 싱어 송 라이터들과 조우하면서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상흔을 공유해 결국은 근소라적 혹은 친소라적(?)으로 동화하게 만들며, 그리하여 이 남자들과 여자 하나의 결합은 곧 음양의 조화라는 당연한 이치처럼 눈물나도록 눈부신 조화를 드러낸다. 5집의 스위트피(김민규), 루시드 폴(조윤석), 이한철의 바톤을 이어 받은 새 음반의 뉴 페이스는 강현민(러브홀릭), 정재형 등이다.
많은 음반들이 타이틀 곡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이소라의 음반은 지난 날이 그래왔듯 상향 평준화를 이룬다. 크레딧을 꼼꼼하게 읽을 수 있다는 의미다. 스토리(The Story)의 이승환이 작곡한 '이제 그만'은 여린 김정화의 눈물을 훔쳐 간 중요한 노래지만, 감성적 에너지가 이 타이틀 곡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위트피가 작곡한 '별'과 '듄'은 김민규와 이소라의 서늘한 평행선을 확인할 수 있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그루브의 강자랄 수 있는 이한철을 기어이 승복케 한 뼈아픈(?) 절충의 곡이다. 정재형이 작곡한 'Siren'은 초반의 허밍만으로도 그들이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을 만큼 황금의 궁합을 자랑한다.
이렇듯 이소라의 음악은, 그 아픔과 상처는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력있는 남성 뮤지션들의 수혈로 가능하다. 하지만 과연 누가 그녀를 자립불능으로 낙인찍을 수 있을 것인가. 기발한 작곡과 유려한 편곡을 소화하는 것은 목소리와 표현력, 즉 가수가 가진 본연의 힘이다. 그녀는 이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 특유의 슬픔이 궁상이 되지 않도록, 그녀만의 유지가 정지가 되지 않도록 오랜 공백기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단히 새 사람과 만나고 감정을 나눈 후 숙고 끝에 여섯 번째 음반 <눈썹 달>을 발표했다. 결합과 조화라는 그녀의 선택은 여전히 감정을 동하게 하고 급기야 눈물을 쏟게 만든다.
-수록곡-
1. Tears (강현민)
2. Midnightblue (강현민)
3. 바람이 분다 (이승환)
4. 이제 그만 (이승환)
5. 별 (Sweetpea)
6. 듄 (Sweetpea)
7. 쓸쓸 (정지찬)
8. 아로새기다 (이한철)
9. Fortuneteller (신대철)
10. Siren (정재형)
11. 봄 (Kazuto Miura)
12. 시시콜콜한 이야기 (이한철)
전곡 작사 및 프로듀서 : 이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