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만든 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싶지만 그것도 잠시다. 달리 느껴졌던 어스름은, 몇번의 감상을 거치며 부르는 이를 완벽한 주인공으로 맞이한다. 록으로의 변신 후 다시금 '그녀풍의 음악'으로 돌아온 그녀다. 그리고 돌아왔다는 건, 그 음악을 자로 잰 듯 분석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음을 내포한다. 그랬다. 여태껏 들려준 노래들은, 이성의 영역보다 감정의 영역이 우선시 되는 노래들이었다. 피아노와 현, 관악기의 단촐하지만 빈틈없는 조합을 따라 흐르는 처절하면서도 슬프고 우울하면서도 따뜻한 그 음색과 멜로디. 언제나처럼 각자의 기억과 동화되어 몇번이고 새로운 생명을 얻을 채비를 마친 소리들이다. 이제 계절과,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과 비견할 만한 마음 속 상처들을 내비칠 차례다. 들을 땐 쓰라리더라도, 러닝타임이 끝날 즈음엔 조금은 아물어 있겠지.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이소라
2016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