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이소라 7집
이소라
2008

by 이대화

2009.01.01

전형적인 이소라 음악이면서 동시에 반(反) 이소라적이다. 더 강해진 모던 록 성향, 예쁜 파스텔 톤의 앨범 재킷과 대조되는 실험적 내용물, 화장을 지운 듯 깨끗이 걷어낸 잔향 등, 이 앨범엔 예전 이소라의 음악과 충돌하면서도 동시에 그녀만의 색깔에 잘 안착한 새로운 시도들이 담겼다.

1번곡은 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녹음 도중의 말들이 나오고, 4번곡은 잘 흐르던 노래가 갑자기 끊기며 수초 동안의 공백이 생긴다. 더욱이 이 앨범은 아무런 제목도 표기하지 않았다. 대신에 직접 그린 작은 삽화들이 그려져 있다.

가슴 속 울분을 토해내듯 간절히 울고 있던 창법도 확연히 줄었고, 어떤 곡은 어쿠스틱 기타 달랑 하나만 가지고 무심하게 퉁기듯 생소리를 들려준다. 전처럼 절절하지도, 포근하지도 않다.

특히 앨범 초반은 더 그렇다. 여백의 미, 날것이 주는 독특한 풍미, 파격적으로 덜어낸 뒤에 오는 뿌듯한 자유감, 이런 것들로 앨범을 시작한다. 좀 짓궂다고 할까. 어쩌면 앨범 제목과 곡 제목이 없는 것도 규정되고 고정되는 것에서 벗어나려는 일탈적 재미 차원에서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이 앨범은 느릿하게 피어오르는 일렉트로닉 잔향, 차분하고 관조적인 트래비스 류의 포크 록, 한국산에서 영국산으로 살짝 방향을 비틀었지만 여전히 감성 색을 주도하는 '슬픔', 8번곡에서 도드라지는 이소라 식의 '서러운 듯' 부르는 창법, 이런 것들을 보존, 간직하고 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수록곡 '구성'이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단출하게 시작해 일렉트로닉 효과음과 몽롱한 공간감을 더하며 점점 '여백'이 '짙은' 빛깔로 물들고, 나중엔 보컬까지 고음과 긴장 상태로 상승한다. 마치 서서히 감정이 고조되어가는 것처럼 흘러간다.

2002년 < Diary > 이후 시작되어 이젠 완전히 앨범을 장악하는 정도에까지 온 모던 록의 영향과 그것이 몸담고 있는 질그릇 같은 내츄럴 사운드가 예전 이소라 음악의 '재즈' 혹은 '우아함'을 완전히 걷어내긴 했지만, 드라마틱한 감정 전개는 '앨범'의 가치를 드높였고, 파격적인 덜어냄의 시도는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이미지를 추가했으며, 여전히 이소라적인 곡들의 안배는 파격이 초래하는 생소함을 상쇄시켰다.

청승맞게 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포크 싱어처럼 소곤댈 수도 있고, 모던 록 영향이 짙은 작곡가들과 2000년대식 비(悲)감에 접속해 그것을 앨범 단위로 펼쳐낼 수 있음을, 이소라는 이 앨범에서 보여주고 있다.

-수록곡-
1. Track 1 [추천]
2. Track 2
3. Track 3
4. Track 4 [추천]
5. Track 5 [추천]
6. Track 6
7. Track 7
8. Track 8 [추천]
9. Track 9
10. Track 10
11. Track 11
12. Track 12
13. Track 13
이대화(dae-hwa8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