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고즈넉하다. 새 싱글은 2년 전 그녀가 펼쳐 보인 차갑고 침울하던 음악과 달리 포근하며 온기가 넘친다. 그녀의 매혹적 비음을 타고 새롭게 태어난 노래는 국내에서 곡목보다 멜로디가 더 친숙한 길버트 오설리반(Gilbert O'Sullivan)의 1972년 빌보드 1위곡이다.
곡의 분위기는 원곡과 다를 바 없지만, 보컬만 보면 감정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참담한 헤어짐과 ‘투신’이라는 극단적 고민 뒤에 원망 섞인 푸념을 연신 늘어놓는 화자의 감정이 이소라 특유의 침착한 보컬과 잘 맞아 떨어졌다. 길버트 오설리반의 보컬이 울분이 채 가시지 않은 원망조의 투정이라면, 그녀의 표현은 ‘내가 뭐 이렇지, 별 수 있나’같은 체념조에 가깝다. 어레인징의 평범함을 장기인 보컬로 보완해낸 것이다.
실험성이 강했던 작품의 후속 작으로 커버 곡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외성이 있다. 자칫 원곡과의 비교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Alone again'을 택한 것은 보컬과 음악에 대한 그녀의 자신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원곡의 감성에 침식되지 않으면서 새로운 그녀만의 버전을 만들어낸 점이 고무적이다. 리메이크의 블루오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