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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곡 (Feat. SUGA of BTS)
이소라
Feat.
슈가
2019

by 김반야

2019.01.01

시점은 2014년, 8집부터였다. 커버 아트 부터 다크하고, 극한의 실험작. 전작들과 다른 하드한 록사운드에 일부 평단은 박수를 쳤지만 다수의 대중들은 큰 호응을 주지 않았다. 이후, 상황을 모면하려는 듯 그녀는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와 'October Lover'를 내놓으며 ‘이소라표 비극의 발라드’, 그러니까 정확하게는 히트작의 문법을 충실히 따랐다. 이번 싱글은 여기서 한 발 더 ‘대중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라디오’라는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를 노랫말에 담았고, 이는 그녀 자신이 오랫동안 라디오 DJ로 활동했던 그 시절, 추억 또한 소환한다. 여기에 곡의 전체적인 터치도 1990년 라디오의 전성기 시절에 주파수가 맞췄다. 장르적으로도 발라드에 힙합 비트를 흡수해 시류에 발 맞췄으며, 여기에 ‘BTS 슈가’의 이름을 더해 ‘신청곡’의 인기와 파급력을 더 폭발시켰다.


이 필승의 삼박자를 맞춰 노래를 차트 정상에 올려놓은 것은 타블로의 힘이 컸다. 이소라와 타블로는 8년 전 ‘집’이라는 노래에서도 콜라보레이션 한 적이 있는데, ‘신청곡’과 비교해보면 한층 변화가 뚜렷해진다. ‘집’에선 이소라의 신비로운 보컬이 중심에서 전체적인 무드를 꾸몄고, 타블로의 시적인 가사가 한층 탄탄하고 깊이 있는 작품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품성’ 보다는 ‘대중성’에 맞춰진, 철저하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에 사활을 걸었다.


다만 이번 싱글에 이소라의 비중은 거의 없다. 이소라인듯 아닌듯 개성을 뺀 보컬과 너무나도 이소라답지 않은 직설적인 가사에 ‘아니 이게 이소라라니’라는 생소함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을 지향할 것인가, 좋은 작품에 투신할 것인가. 레전드 뮤지션의 딜레마, 그리고 ‘대중’ 가수의 고뇌가 너무나도 드러나는 노래. 물론 그 괴리와 조율 속에서 그녀의 도전은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김반야(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