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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oys Of Dungeon Lane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2026

by 신동규

2026.06.03

지난달에는 링고 스타가 통산 세 번째 컨트리 앨범 < Long Long Road >로 돌아오더니 이번에는 폴 매카트니가 스무 번째 홀로서기 음반 < The Boys Of Dungeon Lane >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오래전부터 계획이라도 한 듯 둘의 솔로 경력을 통틀어 처음으로 목소리를 합친 듀엣곡도 실었다. 비틀스의 살아있는 조각이자 두 살 터울의 대중음악 전설을 반 세기를 훌쩍 넘긴 오늘날 새 숨결로 목도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이 앞선다. 더 놀라운 것은 완성도다. 당장의 여느 후배와 겨뤄도 부족하지 않으니 경악을 감추기 어렵다. 그들에게 덧입혀진 신화성과 아우라를 제하고도 그렇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 명의로 장르 폭을 넓혀온 저력과 비틀스 시기의 향수는 물론 그룹 해체 이후 자신을 주축으로 새로 결성한 밴드 윙스의 잔상까지 곳곳에서 녹슬지 않은 그의 감각이 빛난다. 해설식의 도입에서 맹렬한 로큰롤로 변모하는 머리곡 ‘As you lie there’의 반전은 곧바로 1973년 영국을 강타한 윙스의 명반 < Band On The Run >의 존재를 일깨우고, 전기 기타는 이러한 감상을 유도한 단연 일등 공신, 잇따른 ‘Lost horizon’과의 연결은 근작 중 가장 뛰어난 보컬 자리를 꿰찬다. 리드 싱글 ‘Days we left behind’가 < Let It Be >의 어렵지 않은 전개를, ‘Ripples in a pond’가 뉴웨이브 밴드를 필두로 한 1980년대 두 번째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선율로 비교적 평이한 인상을 제공하지만, 그 주인공이 폴 매카트니라는 점에서 궤적을 되짚는 재미만큼은 각별하다.


핵심은 어릴 적 나고 자란 1950년대 전후의 리버풀을 응시한 중반부다. 후반기 비틀스의 사이키델릭 록을 다시 그린 ‘Mountain top’부터 롤링 스톤스의 무질서함을 자기 방식으로 세공한 ‘Come inside’에 닿는 질주는 영국식 흡인력의 극치, 모든 악기를 직접 실연했다는 사실은 이곳에서 더 높은 가치를 획득한다. 이 구간은 특히나 프로듀서 앤드류 와트의 손길이 부각되는데, 특정한 시대를 원활히 그리기 위해 팹 포(Fab Four) 시절의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조성하여 포 트랙 방식을 중점에 둔 채 사용 악기마저 기꺼이 최신화를 멀리하며 철저히 음악만으로 겨룬 결과다. 롤링 스톤스와 오지 오스본은 물론 엘튼 존과 이기 팝, 펄 잼 등 수많은 전설과 호흡을 맞춰온 30대 젊은 프로듀서의 독보적 전략이 비친다. 


열네 곡에 달하는 여정 속 노랫말로 조지 해리슨을 소환한 ‘Down south’와 서로의 영광을 기억하는 유일한 존재 링고 스타와의 ‘Home of us’, 존 레논 특유의 투박한 멜로디를 닮은 ‘We two’까지 육십 년을 훌쩍 넘긴 음악 인생 내 주고받은 영향과 흔적을 피하지 않고 여실히 드러내는 방식이야말로 구순을 바라보는 연륜의 너른 가슴이자 예술가로서의 달관을 직시하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명예에 마냥 취해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지난날의 기억은 소리로써 표현될 뿐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작금의 시류와 맞닿아 있으니 < The Boys Of Dungeon Lane >는 단순한 복기를 넘어 여전히 시장의 경쟁자이자 현재 진행형 음악가의 외침으로 남는다. 힙합이나 앰비언트와 같이 장르적 도전 의식을 천명했던 호기가 스무 번째 유산에 이르러 고향에서의 정체성 귀결로 갈무리되는 모양새가 적잖은 감동을 낳는다. 


경험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다. 부모의 언어로 세계 대전의 상흔을 노래한 빅 밴드 재즈 넘버 ‘Salesman saint’, 결국 모든 것의 끝은 사랑과 평화에 있다는 사실을 일러두며 문을 닫는 발라드 트랙 ‘Momma gets by’은 자신의 길을 따라 걷는 수많은 후배의 귀감으로 기능하며 전 세계인을 향해 인도주의적 메시지를 전파한다. 노스탤지어 자극의 울타리를 가뿐히 넘은 한 비틀의 지칠 줄 모르는 자유 비행은 많은 연료가 필요하지 않다. 꼬박 60년 전 발매된 비틀스의 걸작 < Revolver > 속 ‘Here, there, and everywhere’의 제목처럼 지금까지의 대중음악 모든 곳에 그의 잔상이 흩어져 있다 한들 그것을 부담으로 느낄 이유는 없으니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올곧게 품어내는 거장의 귀환을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품으면 될 일이다. 자극과 힐난에 길든 음악 풍토 가운데 모처럼 피어난 한 줄기 희망이 아직도 폴 매카트니라니 그것이 아쉽긴 하지만.


-수록곡-

1. As you lie there [추천]

2. Lost horizon [추천]

3. Days we left behind

4. Ripples in a pond

5. Mountain top [추천]

6. Down south

7. We two [추천]

8. Come inside [추천]

9. Never know

10. Home to us (With Ringo Starr) [추천]

11. Life can be hard

12. First star of the night

13. Salesman saint [추천]

14. Momma gets by

신동규(momdk77825@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