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발표한 스물한 번째 정규 음반 < Look Up >의 리뷰는 “이 딱정벌레는 지치지 않는다”로 시작했다. 1970년 비틀스가 흩어진 이후 대개 다섯 해를 넘기지 않으며 앨범 단위의 무엇이라도 내 온 그를 향한 박수였다. 그만큼 건드리지 않은 장르도 드물었다. 그나마 컨트리가 가장 적었는데, 밴드 해산 직후 선보인 < Beaucoups Of Blues > 한 장만이 존재할 뿐 이마저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렇기에 전작은 이따금 싱글 몇 곡에 분위기를 첨가한 수준을 넘어 반세기 만에 컨트리를 재장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졌다. 그에게 상업 성과가 중요하다는 건 이미 오래전 이야기, 아흔을 앞둔 영국 대중음악의 맏형은 바지춤에 흙을 묻히고 또 다시 내달린다.
두 번의 세계 대전을 경험한 미국의 문학 작가들은 잃어버린 근원적 가치와 개념의 재탐구를 목표 삼아 비트 제너레이션 물결을 만들었다. 생각보다 강했던 그들의 파동은 컨트리 신과도 맞닿아 사유의 진정한 쟁취를 철학적 노랫말로 치환한 1970년대 아웃로우 컨트리(Outlaw Country)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1985년 컨트리 바닥을 뒤흔든 슈퍼그룹 더 하이웨이맨의 멤버 웨일런 제닝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조니 캐쉬, 윌리 넬슨 등이 대표 격이다. 장르의 태동부터가 운동권 성격이 강했기에 록과 모던 포크 등 새로운 문법과의 결합에 우호적이었다. 물론 보수성 짙은 시장 속에서 온갖 은유로 가득한 진보 장사는 쉽지 않았다.
링고 스타의 컨트리는 위 시대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도 구태여 어렵게 들릴 수 있는 메시지 전달은 과감히 생략한다. 오히려 그 공백을 본토의 것이 아닌 영국인의 시선으로 채우며 뼈대를 쌓는다. 페달 사운드의 엇비슷한 소리를 끝까지 흥미롭게 유지해야 하는 컨트리에서 유연한 보컬의 부재가 그에게는 가장 큰 약점이었으나 현재 높은 평가를 받는 동료들의 연주에 철저히 기대면서 되레 안정감을 자아냈다. 골자는 이번에도 같다. 신구의 조화를 중시하되 자신은 후배보다 앞서지 않는다. 신보 역시도 밥 딜런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로이 오비슨, 엘튼 존 등과 작업한 프로듀서 티 본 버넷의 품속에서 오늘날 블루그래스 신의 선두로 자리매김한 빌리 스트링과 몰리 터틀의 어깨를 빌린다.
결국 전작은 잘 다듬어진 질감을 내세웠으나 앨범 단위로의 단조로움을 이겨낼 방도가 부족했던 셈. 동일한 전략 내 피드백에 성공한 모양새다. 외부 실연의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이번에는 마이크마저 객원과 나누는 한편 컨트리의 클래식 넘버를 추가해 작품으로서의 두께까지 고려한 결과다. 그 초대 손님이 1990년대 루츠 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셰릴 크로우와 어느덧 베테랑이 된 얼터너티브 사운드의 기수 세인트 빈센트라는 점은 신선하다. 그러면서도 1974년 찰리 리치가 불러 컨트리 차트 정상에 올랐던 ‘I don’t see me in your eyes anymore’를 가져와 그보다 열다섯 해 전의 칼 퍼킨스 버전으로 재해석한 선택은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그간 그려온 시제 결합에 직접적 매개로 기능한다.
직감과 경험은 서로를 피해 도망가는 버릇이 있다. 감각이 뛰어날 적에는 아직 시야가 좁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뒤따라오는 별들의 길라잡이로 남을 뿐이라는 반응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제아무리 세계를 호령했던 비틀스의 링고 스타도 피할 길은 없다. 다만 양자 사이의 거리가 전보다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그렇지 않다. 이 순간 앞선 응답은 그저 시기와 질투로 변모한다. 해를 거르지 않고 음반을 내는 그의 열정은 내달 여섯 해만의 신보를 예고한 또 다른 비틀 폴 매카트니의 작품 속 한 곡을 나누는 일까지 이어진다. 둘 앞에 어떤 수식을 붙여야 마음이 편할지는 몰라도 이들의 새 음악을 하나라도 더 들을 수 있음에 고마운 마음만은 분명하다.
-수록곡-
1. Returning without tears
2. Baby don’t go
3. I don’t see me in your eyes anymore
4. It’s been too long [추천]
5. Why [추천]
6. You and I (Wave of love)
7. My baby don’t want nothing
8. Choose love (with St. Vincent) [추천]
9. She’s gone
10. Long long road (with Sheryl Crow)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