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걸 잊은 느낌이다. 첸백시 유닛 멤버 3인과의 전속 계약 공방이 길어지는 가운데, 2년 6개월 만에 발표한 엑소의 여덟 번째 정규작은 '귀환'을 앞세워 건재함을 선포했으나 밀도가 아닌 외피에만 치중하며 기존의 정체성을 놓치고 말았다. 왕관의 무게보다 무거운 증명의 부담감 탓일까. 'SMP'를 그룹의 본질로 내세운 < Reverxe >는 소재의 비장함에 길 잃은 자아를 의탁한다. 깊이 있는 세계관과 생소한 장르를 K팝에 주입하던 도전 정신, 대중을 향한 획기적인 설득력은 빛을 잃었다.
14년 차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전략이 야속하게도 발목을 잡는다. 'Mama' 등 초기작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악이 높은 접근성을 지향하고, 오랜만의 SMP였던 'Love shot'마저 절제미를 추구했으니 회귀를 목표한 타이틀 'Crown'의 강렬한 대관식은 다소 의아하다. 노골적인 의도에 비해 모호한 구현 역시 의문. 메탈 사운드와 고음 배치로 형식 맞추기에 충실했지만 정작 사회적 메시지나 파격적인 임팩트 등 핵심 요소가 빠져있어 감상의 상당 부분을 무대 장악력에 기댄다. 퍼포먼스가 결정적인 장르임을 감안하더라도 에스파의 'Armageddon', 라이즈의 '잉걸'이 보여주는 선명한 해상도를 비교한다면 변명은 되지 않는다.
보컬 라인에 큰 여백이 생겼지만 음색의 다양성을 차치하면 3인의 부재는 간과할 수 있을 정도다. 솔로 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량은 멜로디 위주의 팝 록 트랙 ‘Flatline'을 매끄럽게 소화하며 여섯 명만의 새로운 색깔을 예고한다. 이러한 발돋움이 무색하게도 답보와 같던 랩 멤버들의 부족한 실력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없다. 제자리걸음에 가까운 ‘Crazy’의 래핑, 미니멀한 ‘Touch & go’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후렴구는 길었던 공백기가 무안하리만치 정체되어 있다.
초심을 찾느라 중심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본연의 색은 수록곡 곳곳에 묻어있다. ‘Crown’과 비슷한 결인 'Back it up'에서는 특유의 역동성이 완연하고, 후반부의 알앤비 트랙은 그간 보여준 애틋한 사랑 서사에 충실하다. 'Moonlight shadow'의 빽빽한 화음은 신시사이저의 로맨틱함을 극대화해 1집 'Baby don't cry'의 동화적 심상을 계승했고, 팬송 'I’m home’의 서정성은 히트곡 ‘첫눈’으로 대표되는 겨울 스페셜 시리즈의 향수를 자극한다. 앨범 초입의 억지스러운 과잉이 회상의 영역까지는 침범하지 못한 셈이다.
완벽한 귀환이라는 것이 실재할까. 판타지 패러다임을 K팝 전반에 안착시키고 음악적 시도를 대중에게 무리 없이 보여주던 엑소의 존재감은 '엄중한 복귀'에 흐려졌고, 흐름만 잘 읽으면 세대 차이는 거뜬할 거란 기대와 달리 높았던 선구안은 과거만을 향해있다. 인원수쯤은 무관할 만큼 독자적인 상징과 화제성을 확보하고 있고, 군 공백기와 각종 이슈에도 매번 평균 이상의 꾸준함을 보여주었기에 이번의 조바심은 더욱 애석하다. 안정적 체제 정립에 급급했던 앨범. 누군가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목표의 반은 달성이다.
-수록곡-
1. Crown
2. Back it up [추천]
3. Crazy
4. Suffocate
5. Moonlight shadow [추천]
6. Back pocket
7. Touch & go
8. Flatline [추천]
9. I’m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