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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g
크러쉬(Crush)
2025

by 박수석

2025.09.23

크러쉬만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성공을 거둔 이는 흔치 않다. 드라마 < 도깨비 >에 삽입된 ‘Beautiful’로 애절한 발라드 감성을 선보이는가 하면 BTS 제이홉과 함께한 ‘Rush hour’에선 캐치한 팝도 곧잘 소화했다. 때로는 솔(Soul), 재즈의 뿌리 깊은 영향을 드러내기까지 했으나 그럼에도 그의 근본은 역시 알앤비다. 익숙한 곳으로 돌아온 < Fang >은 그가 가장 잘 알고 잘 다루는 재료를 군더더기 없이 손질해 담았다.


앨범을 이끄는 힘은 화려한 가창 운용에서 나온다. 모든 트랙에 걸쳐 음계를 넘나드는 멜로디와 켜켜이 쌓은 화음이 조화롭게 퍼지면서 엄청난 고음이나 성량 없이 탄탄한 기교로 고급스러운 그루브를 완성한다. 안정감을 주는 코드 진행에 사랑을 비유한 ‘2-5-1’이나 마디가 끝나기 전에 후렴이 덧씌워지는 ‘Overlap’처럼 제목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재치도 흥미롭다.


면면만 보아도 잘 어울릴 것 같은 참여진은 예상대로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낸다. ‘Up all nite’에서 작사, 작곡까지 겸한 수민은 현시점 대표적인 여성 알앤비 보컬로서 혼성 듀엣의 설렘을 한껏 살리고, 마찬가지로 같은 계열의 태버는 ‘Mammamia’의 급변하는 리듬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지킨다. ‘Frequency’에 얹은 로꼬 특유의 편안한 래핑 또한 감각적인 분위기에 무리 없이 녹아든다. 색다른 환기가 부재해 후반부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져도 전체적인 일관성이 그 아쉬움을 달랜다.


분량으로나 스타일로나 숨을 고르는 쉼표 격의 작품이지만 매끈히 다듬어진 곡들이 주는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다. 치밀한 화성적 설계와 이를 구현하는 목소리는 기술적이면서도 과시하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다. 힘을 빼도 묻어나오는 세련된 아우라가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역량을 증명한다. 숨길 수 없는 재능을 뜻하는 낭중지추처럼 스피커를 뚫고 나온 크러쉬의 송곳니(Fang)는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다. 


-수록곡-

1. Up all nite (Feat. SUMIN) [추천]

2. 2-5-1 [추천]

3. Frequency (Feat. Loco)

4. Malibu

5. Mammamia (Feat. Tabber)

6. Overlap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