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앨범 발매 시기에 화젯거리를 터뜨리는 빌리 아일리시, 이번 < Hit Me Hard And Soft >를 앞두고는 양성애자 선언을 선택했다. 앨범의 첫 싱글 'Lunch'는 그의 심리를 음악으로 풀어내는 곡이다. 그 여자를 점심 식사로 먹어야겠다는 후렴으로 시작해 매끈한 피부에 대한 찬사, 그리고 사랑보다는 갈망에 가깝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이어진다.
늘 그의 작품에서 돋보였던 쫀득한 베이스와 다채로우면서도 산만하지 않은 퍼커션 운용으로 기틀을 잡았다. 익숙한 조합이지만 환각적인 기타 톤과 후반부의 헐떡이는 숨소리, 그리고 확실히 노래다워진 가창을 얹어 탐미적인 가사를 형상화한다. 'Lost cause'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이미 퀴어 코드의 표현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시각적인 섹슈얼리티에 함몰되었던 전적과 달리 이를 음악의 영역으로 끌고 와 '퀴어 베이팅' 논란을 잠재운 것에서 그의 안티 팝스타 정신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