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일의 음색은 이소라와의 먹먹함과 김동률의 극적 전개를 담고 있다. 일상의 언어로 표현된 예쁜 가사는 모두가 겪는 '보통의 연애'를 그리고 있어 몰입하기도 쉽다. 다만 요즘 유행하는 절절한 발라드 '그래 아니까'를 타이틀곡으로 하기에는 재즈와 이지 리스닝을 베이스로 한 '스물'과 '가을꽃', "난 예술 한 거 아닌데"라며 정준일의 현 상태를 건조하게 서술한 '꿈'의 가사가 훨씬 인상적이다.

일상의 언어가 아닌 흔한 말로 점철된 '그래 아니까'의 가사 그리고 노래 후반부에 갑자기 등장해 감정선을 헤치는 '록 발라드' 패턴은 당황스럽기만 하다. 더블타이틀 곡 'Girls'와 한없이 침전하는 '얼음강'을 듣다 보면 '그래 아니까'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 아니까'는 정준일의 신보 < Love You I Do >를 대표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