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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정준일
2015

by 홍은솔

2015.07.01

90년대의 토이, 패닉, 전람회의 음악으로 귀를 키워가던 어느 소년은 한 명의 음악가로 자라면서 자연스레 웰메이드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되었다. 2014년 6월, 40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렸던 '사랑' 콘서트는 그가 라디오를 통해 농담처럼 말하던 “대륙의 사운드를 구현해보고 싶다.”라는 말에 대한 진지한 실현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콘서트의 실황 음원에 신곡 하나까지 더한 라이브 앨범으로 그가 돌아왔다.

선곡에는 아티스트의 취향이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밴드 메이트 시절의 '난 너를 사랑해', 여름에 발매되었던 솔로 2집의 '크리스마스 메리,merry', 가수 김예림에게 선물했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련한 보사노바 '그 계절의 우리' 등 자신의 곡 중에서도 특히 좋아한다고 (어떤 경로로든) 언급했던 트랙들로 음반이 채워져 있다. 때문에 누군가 정준일이 어떤 아티스트인지 물어본다면 충분히 이 음반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신곡 '너에게'는 평소 그의 음악에 드리워 있던 슬픈 정서를 걷어내어 오랜만에 산뜻하다. 상쾌한 신디사이저 스트링으로 채색된 5분 11초 후, 비로소 1년 전 그날이 펼쳐진다. 평소 디즈니를 좋아하는 그답게 서곡부터 동화적 색채가 가득하다. '그 계절의 우리'에서는 보사노바 리듬형을 흐리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현악기가 움직이면서 나일론 기타 소리를 감싼다. 원곡의 5성부 코러스 대신 메인 멜로디를 좀 더 잘 들리게 하면서, 연주자들 각각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의 밤'은 콘서트 실황 음원으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곡이다.

절정은 '괴물'이다. 클래식 악기와 록 밴드가 어느 한 쪽도 밀려나지 않고 맞붙으며 최대의 스케일을 보여준다. 특히 악보대로 연주한 것이 아닌, 손바닥으로 피아노 건반을 내리쳐서 만든 무질서의 클러스터가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낸다. 'I am here'는 보컬의 피치를 깔끔하게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감정의 절제부터 절정까지를 모두 보여주면서, 음반이 마무리되기 전 또 한 번의 클라이맥스를 이룩한다. 다만, 공연이 진행됐던 홀의 특성상 전체적으로 악기들 간의 블렌딩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소리가 날카롭게 들린다는 점이 한 가지 아쉬움이다.

정준일의 공연이 어떤 분위기인지 전달하려는 목적보다는 그날의 순간들에 대한 기록으로써의 무게가 더 크다. 드럼 비트에 맞춰 바뀌던 색색의 조명, 무대 전체를 꽉 채우고 있던 연주자들, 팀파니가 울리던 순간의 벅찬 기분, 행복한 표정의 보컬리스트와 관객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플래시백으로 향하는 포탈의 역할로써 이 앨범은 의미가 있다.

-수록곡-
1. 너에게
2. Overture (Live) [추천]
3. 사랑하고 있나요 (Live) [추천]
4. 인사 (Live)
5. 크리스마스 메리,merry (Live)
6. 그 계절의 우리 (Live) [추천]
7. 우리의 밤 (Live) [추천]
8. 괴물 (Live) [추천]
9. 난 너를 사랑해 (Live)
10. 너에게 기대 (Live)
11. 잘 알지도 못하면서 (Live)
12. 안아줘 (Live)
13. 고백 (Live)
14. I am here (Live) [추천]
15. 하늘을 날아 (Live)
홍은솔(kyrie17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