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한의 원맨밴드가 된 윈터플레이가 무해한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돌아왔다. 봄이나 초가을에 어울리는 산뜻하고 듣기 편한 코드 진행과 보사노바 풍 리듬, 무엇 하나 튀지 않는 악기 구성까진 좋다. 그러나 그 평안한 배경 위로 빠른 영어 나래이션이 너무나 강렬한 존재감을 풍기며 등장하는 순간 곡은,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당혹스러울 정도로 청자의 호흡을 가쁘게 조여 온다. 아리송한 동화적 가사를 굳이 영어로 장황하게 풀어내야 할 타당한 이유도 모르겠고 노랫말에 조금씩 뿌려놓은 ‘한류 단어’들은 조금 민망하기까지 하다. 바버렛츠의 멤버였던 김은혜(Grace)가 큰 기복 없는 선율로 팔자 좋은 일상을 노래한 훅은 나름대로 소구력을 가질 법 하지만, 그 이상의 매력은 글쎄.

Es tu vida (Feat. Grace)
윈터플레이(Winterplay)
Feat.
그레이스
2017
조해람(chrbb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