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켓 속 알파벳의 디자인적 효과를 빌어 데이브레이크는 이번 타이틀 < SPACEenSUM >을 두고 자신들의 '음악적 철학'을 표현하는 말이라 선언했다. 투박하게 직역하자면 '공간과 총계'쯤 되는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합을 노래한다는 풀이다. 합은 곧 너와 나의 이야기가 이루는 전체, 즉 우리 삶 '전부'의 축약이다. '전부'라는 건 '다양성'을 통해야 확보될 수 있는 것. 결국 이번 앨범의 주제이자 이들의 음악적 철학의 핵심은 '다양성'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앨범은 대체적으로 제 목적을 따르려는 노력을 보인다. 탄탄한 연주력과 보컬, 다채로운 사운드 운용력은 익히 알려진 이들의 특기. 그 기본기를 토대로 한층 더 복합적인 소리를 여러 작법으로 세공해냈다. 스토리 면에선 총계를 특색화할 만큼 레퍼토리가 고르다고 보긴 힘들지만, 확실히 사운드 면에서는 가용 범위가 확장된 느낌인데, 이는 전에 비해 더욱 다양한 멤버들이 곡 작업에 고루 참여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풍성하되 비대하지 않은 적당함이 듣는 이에 따라 친절하게 다가갈 수도,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방방거리는 사운드 가운데 묘하게 풍기는 차분함이 특징인데, 초기 시절 보여 온 특유의 발랄함에 점점 중력이 생기는 듯하다.
박지성 선수를 향한 헌정곡 '두 개의 심장'과 제목처럼 밝고 경쾌한 'Sunny Sunny' 정도가 '좋다'와 '팝콘'에서 보인 데이브레이크식 에너지의 계보를 이을 뿐, 비트가 살아 있는 'Silly'조차도 가만히 감상하기에 더 좋다. 현악 세션이 감정을 고조시키는 '오랜만에', 수록곡 중 돋보일 만큼 어쿠스틱한 '담담하게' 같은 조용한 곡들이 주는 존재감이 크다. 이 역시도 한곡 한곡에 소리들을 총집합시켜 매 곡이 비슷한 화려함을 풍겼던 과거와 달리, 곡마다 악기를 덜어내고 조합을 달리 하면서 개별 곡이 심플하면서도 미세한 개성을 갖게 된 영향이다. 앨범을 다양성의 총계로 묶을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이들이 추구하는 다양성이 여성적 문법으로 범람하는 근래 홍대 음악의 범주 안에서 소구되는 점은 여전히 한계다. 'Space en Sum'이 '인기를 얻는 인디 음악 코드의 총계'라고 거칠게 낮잡아도 반박의 여지가 적을 듯하다. 트랜드의 반영은 곧 비슷한 트랜드를 공유하는 음악과 교집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내려놓다', '담담하게' 같은 곡은 '노리플라이'의 인상이 묻어나고, '모노 트레인'에서는 '페퍼톤스'식 터치가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게 그러한 이유다.
애초 인디음악이라는 포맷으로 대중성 짙은 달콤한 기타팝을 선보여 오던 밴드였다. 그러나 이들의 시작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감성적 사운드의 자장 아래 미세하게 유지되던 강약 조절조차 더욱 연약한 서정성으로 편중되었다. 단단한 자기 짜임새와 한곡 한곡 높은 완성도로 그 아쉬움을 극복하고 있지만, 제 스스로 규격화되어선 지금의 개성이 평범해지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수록곡-
1. 두 개의 심장 [추천]
2. Silly
3. 회전목마 [추천]
4. 오랜만에 [추천]
5. Da Capo
6. 담담하게
7. Sunny Sunny
8. 모노 트레인 [추천]
9. My Dream, My Life, My Love
10. Tap Dance
11. 내려놓다
12. Mr. Rolling Stone
13. Shall We Dan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