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ulu
루 리드(Lou Reed)
메탈리카(Metallica)
2011

by 여인협

2011.11.01

희대의 똥반? (일단은) 글쎄. 만약 거두절미한 채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루 리드보다는 메탈리카의 팬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게 이 괴물들은 오랜 외도를 뒤로하고 < Death Magnetic >으로 다시 제 모습을 찾은 '돌아온 탕아'와도 같은 존재. 그런 그들이 또 한 번 (그것도 더 심한) 외도를 감행했다는 사실은 골수팬들에게 참을 수 없는 배신으로 다가올 게다.

그러니 메탈리카가 루 리드와 만났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런 반응은 예상된 일이었다. 결과물이 어떤 모습으로 나오든, 잘 나오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미 그 전부터 일각(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큰 집단)에서 욕을 한 사발 얻어먹을 것이 예정된 음반이었다는 것이다. < Load >와 < Reload >, 그리고 < St. Anger >라는 전과를 보유한 메탈리카 멤버들이 이걸 몰랐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신보는 그들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행할만한 가치가 있는 앨범이었을까. 시간이 판가름해줄 문제이겠지만, 단순히 '새로운 시도'라는 의미를 떠나서 바라보았을 때는 아마 그렇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루 리드의 앨범으로 바라보든, 메탈리카의 앨범으로 바라보든 이것은 도무지 그 조화를 찾기가 어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부조화야말로 실험성 강한 루 리드가 바란 지점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이 괴작은 '아방가르드'라는 이름의 예술적 태도조차 허용 불가능한 수준의 부조화로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문제의 시작은 이것이다. 루 리드의 새로운 파트너가 '왜 하필 메탈리카여야 했을까'라는. 피치를 한껏 높이는 화려한 기타솔로도 필요 없고 무지막지한 제임스 헷필드의 보컬도 필요 없는 그저 시적이기만 한 음악들인데, 굳이 (그것도) 메탈 밴드의 연주력을 절제시키며 이런 작업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제임스 헷필드의 뜬금없는 백 보컬은 또 뭔가. (small town girl과 iced honey가 뭐 어쨌다는 건지. 궁금한 이들이 있다면 'Brandenburg gate'와 'Iced honey'를 들어보라.) 백 보컬(제임스 헷필드)과 메인 보컬(루 리드)의 불화(不和)만 없었더라도 앨범을 듣는 동안 불편함이 덜했을 거다.

물론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5년에 닐 영(Neil Young)이 펄 잼(Pearl Jam)과 함께 작업했던 앨범 < Mirror Ball >의 경우가 그랬다. 그렇지만 닐 영에게 있어 펄잼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 막상 입으니 썩 잘 어울리는, 그래서 꽤나 멋진 옷이었다. < Lulu >의 경우는 다르다. 이것은 (누누이 말하지만) 예상과 결과 모두 조화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모습의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앨범의 온전한 이해를 위해서 독일이 배출한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Frank Wedekind)의 희곡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도 앨범이 가지는 약점이다. 아무리 예술적 가치가 높은 희곡이라 한들, 그의 작품을 알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있겠으며 또 이 앨범의 이해를 위해 그것을 찾아 읽어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결국 아는 사람만 알고 듣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채 자위하며 듣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질 수밖에 없다.

전작으로 어렵사리 호평을 얻어냈던 메탈리카는 ('이것은 메탈리카의 음악이 아니다'라는 제임스 헷필드의 걱정 어린 코멘트에도 불구하고) 이제 다시 많은 음악팬들에게 희화화의 대상으로 남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확실한 것은 이 괴작이 본인들의 커리어에는 어떤 중요한 의미를 남길 수 있는 합작품일지는 몰라도 메탈리카의 팬들과 루 리드의 팬들, 그리고 이 둘 모두에게 첫 진입을 시도하는 리스너들까지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기 어려운 애매한 성질의 앨범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앨범은 누구의 시각으로 바라보든 실패다. 루 리드에게도, 메탈리카에게도. 그리고 앨범을 제값 주고 구입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도.

-수록곡-
CD 1
1. Brandenburg gate
2. The view
3. Pumping blood
4. Mistress dread
5. Iced honey
6. Cheat on me

CD 2
1. Frustration
2. Little dog
3. Dragon
4. Junior dad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