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끝자락에 열리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발에 북극 원숭이들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퍼진 후 벌써부터 뛰어놀 준비를 하는 음악 팬들이 많을 줄로 안다. 그런데 정작 판이 벌어진다면 발을 구를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비교적 얌전해진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세 번째 정규앨범인 < Humbug >는 그룹의 디스코그래피 중 성장에의 욕구가 가장 강렬히 반영된 작품이었다. 1집과 2집에서 보여준 질주하는 록 넘버 대신 비비 꼬아놓은 듯 음울한 색채를 띠던 음악은 악틱 멍키스에 대한 팬들의 인식을 '생기를 잃은 밴드', 혹은 '성장하고 있는 밴드'로 양분해놓았다.
호불호가 갈린 두 팬층을 모두 잡으려 한 듯, < Suck It And See >는 이전의 세 작품에서 볼 수 있던 각각의 성질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 외 새로운 점 한 가지는 브릿팝에서나 접할만한 '온기'가 추가되었다는 것(신보가 띄는 가장 뚜렷한 색깔이다). 'She's thunderstorms', 'Black treacle', 'The hellcat spangled shalalala'와 같은 곡들이 그런 트랙들이다. 곡별 개성이 뚜렷함에도 앨범의 틀 안에서 엇나가지 않는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성과다.
다만 노래 하나하나가 예전만 못하게 들린다는 것이 흠이다. 싱글로 낙점된 'Don't sit down 'cause I've moved your chair'는 에너지 넘치는 곡이지만, 골든 레퍼토리인 'The view from the afternoon'이나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에서 느꼈던 짜릿한 맛까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The hellcat spangled shalalala'역시 마찬가지, 'Fluorescent adolescent'만큼 멜로디컬하지는 못하다.
무대 위 주력 레퍼토리로 기능할 것 같은 'Brick by brick'의 경우는 스트레이트하지만 답지 않게 촌스러운 전개가 불편하게 와 닿고 9번, 10번 트랙은 아예 존재감조차 없는 비-사이드(B-side)트랙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밴드의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앨범이라 흡족하기는 한데, 그 완성도가 성에 찰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비범하다는 평가가 이미 나버린 밴드에게서 범작을 접한다는 것은 꽤나 기운 빠지는 경험이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랬다. 완벽하다는 칭송을 받던 데뷔작에 대해서도, 비슷한 호평을 추수한 소포모어 앨범에 대해서도 항상 '좋은 음악이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야'라는 냉정한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집 이상의 평점을 매긴 곳도 있을 만큼 해외 매체들은 대부분 'extremely great'라는 칭찬으로 신보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트랙들의 완성도를 놓고 봤을 때 < Suck It And See >는 변화를 넘은 '진화'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은 아니다. 영국발(發) 북극 원숭이 현상의 미스터리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음을 이 앨범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다.
-수록곡-
01. She's thunderstorms [추천]
02. Black treacle
03. Brick by brick
04. The hellcat spangled shalalala [추천]
05. Don't sit down 'cause I've moved your chair [추천]
06. Library pictures
07. All my own stunts
08. Reckless serenade
09. Piledriver waltz
10. Love is a laserquest
11. Suck it and see
12. That's where you're wrong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