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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ing lightning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2009

by 박효재

2009.09.01

알렉스 터너(Alex Turner)의 사이드 프로젝트 더 라스트 쉐도우 퍼펫츠(The Last Shadow Puppets)를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Crying lightning'이 무척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Mardy bum', 'Teddy picker' 등에서 선보였던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 특유의 장난기 그리고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 'Brianstorm' 등에서 느낄 수 있었던 속도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신 새로운 질감을 바탕으로 극적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록 사운드는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듣는 이의 집중력을 흩뜨리지 않는다. 더 라스트 쉐도우 퍼펫츠 때와 달리 오케스트레이션의 사용 없이 이렇게 밀도 높고 힘 있는 사운드를 뽑아낸 점은 놀랍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한 인물은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이자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의 중추 조쉬 옴므(Josh Homme)다. 드라마틱한 곡 전개는 라스트 쉐도우 퍼펫츠에서도 음미한 바 있다. 하지만 미니멀하면서도 어둡고 또한 질퍽한 록 사운드가 뿜어내는 야성미는 조쉬 옴므가 아니면 장착할 수 없는 것이다. 알렉스 터너의 무표정한 보컬, 흡사 슬라이드 기타를 연상시키는 일렉 기타의 을씨년스러운 울림 그리고 끊임없이 구르기를 반복하는 드럼비트는 이 어둡고 야성미 넘치는 사운드의 내용물들이다.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지만 악틱 멍키스도 매혹적인 어둠을 표현할 수 있음을 'Crying lightning'은 멋지게 증명하고 있다.

박효재(mann61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