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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ever People Say I Am, That's What I Am Not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2006

by 배순탁

2006.04.01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던 앨범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악 주간지 < New Musical Express >가 써내려간 상찬의 퍼레이드를 처음 보면 누구나 '이거 엄청난 그룹이 등장한 모양이군.'하며 기대를 품겠지만,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의 이 작품이 일궈낸 성취는 하드 파이(Hard-Fi)나, 카이저 치프스(Kaiser Chiefs)에 비해 뛰어나다고 말할 구석이 별로 없다. 그냥 요즘 유행하는 활달한 개러지 록 스타일에 비트의 다채로운 운용을 덧붙인 정도다.

여기에 20살이 채 되지 않았다는 외적 조건이 더해져 그러한 특혜를 독점케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약관에 못 미치는 나이테를 고려하면, 잘 만든 앨범이라고 호평할 요소들이 꽤 있다. 특히 싱글 차트 정상을 꿰찬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를 비롯한 초반부의 네 곡은 < NME >의 과장된 찬사에 확실히 부합하는 굿 사이드를 완성한다. 그 중에서도 댄스 록 넘버 'Dancing shoes'의 돋보이는 대중 흡수력은 여느 실력파 선배들 못 지 않은 수준을 달성하고 있다.

곡들이 대변해주듯, 리듬을 수시로 변주해낼 줄 아는 기술적인 역량과 현 영국 젊은이들의 집합적 감수성을 훌륭히 표출해낸 가사쓰기 등이 이 어린 록 공동체가 지닌 열린 가능성의 단편들로써 강력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후반부로 갈수록 '그 곡이 그 곡'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이런 음악 경향에 익숙하지 않은 팬이라면 적응에 애를 좀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싱글과 앨범 차트 모두에서 1위에 방점을 찍고 브릿 어워드 '최우수 신인상'을 포함해 각종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를 모조리 꿰찬 이 음반은 오아시스의 처녀작이 갖고 있던 첫 주 판매 기록을 12년 만에 갱신하는 등, 최고의 이슈 메이커로서 제 소명을 다하고 있다. 또한 펄프(Pulp)의 자비스 코커(Jarvis Cocker)가 지적했듯, '매체의 개입이 있기 전, 순수한 팬 베이스만으로 계약을 따낸' 자연발생성 때문에라도 악틱 멍키스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이 음반으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전 세계에서 가십 잡지가 가장 많은' 영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이며 이 때문에 따분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길 원하는 그들의 범국민적 성향이 있는 한, 제2의 악틱 멍키스는 당장 내일에라도 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록 밴드 하나 등장한 것은 물론 반갑지만, 단 한 장의 레코드로 몇 십년간 음악 생활을 이어온 거장이나 받을 격찬을 한방에 추수하는 현태는 비행기로 10시간 이상 걸리는 이 땅에서도 그렇게 유쾌한 광경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면 갈수록 영국 주간 언론들의 띄워주기 습관이 고질적인 병폐로 굳어지는 것 같다.

-수록곡-
1. The View From The Afternoon
2. I Bet You Look Good On The Dancefloor
3. Fake Tales Of San Francisco
4. Dancing Shoes
5. You Probably Couldn't See For The Lights, But You Were Looking Straight At Me
6. Still Take You Home
7. Riot Van
8. Red Light Indicates Doors Are Secured
9. Mardy Bum
10. Perhaps Vampires Is A Bit Strong But...
11. When The Sun Goes Down
12. From The Ritz To The Rubble
13. A Certain Romance
배순탁(greattak@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