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훈 악틱 몽키스는 변칙에 능한 밴드였다. 정상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고 스타덤에 올랐다는 것을 제쳐두고도 일단 음악 자체가 그랬다. 3분짜리 곡 안에서 몇 번이나 진행을 갈아엎으며 도저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이들의 매력이었다. 개러지 특유의 난폭한 질주를 기본으로 장착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소포모어 작 < Favourite Worst Nightmare >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다. 무턱대고 지르고 중구난방으로 쏘아대지 않는다. 단 3분만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전체 구성을 염두에 두고 적소에 배치하려 힘쓴 흔적이 보인다. 때문에 튀어나온 못들은 대개 정리가 되었고 사운드의 덩치가 커졌어도 부담스럽지 않게 감상할 수가 있다. 이른바 ‘정공법’이다.
그렇기에 정신없이 내달리기만 하는 ‘Brianstorm’은 첫 싱글로 채택되었음에도 신보의 성격을 모두 느끼기엔 부족함이 있다. 아마도 전작에서 확보한 팬들의 입맛도 맞춰줘야 했기에 가장 속도감이 있는 이 싱글을 머릿곡으로 내세웠을 듯. 밴드의 성장을 느끼고 싶다면 앨범 일청이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대화 악틱 몽키스의 멜로디는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흐리멍덩하며 활기가 없다. 기타, 보컬 멜로디, 베이스 라인이 전부 그렇다. 분명 다이내믹한 맛은 있는데, 몰아붙이는 짜릿함 빼고는 별로 즐길게 없다. 꼭 내러티브 엉성한 마구리 블록버스터를 보는 느낌이다. 이 방면에 도사라 할 수 있는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와 비교해보면 딱 티가 난다. 이건 팝적인 선율을 거부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쪽 감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1집 때도 그 부분이 심하게 부족해보이더니, 이번에도 변한 게 없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아니라, 못하던 걸 여전히 못하고 있다.
박효재 더 빠르고 시끄러워졌다. 달리고 달리고 계속 달리다, 무표정하게 숨 한번 돌리고 다시 전력 질주한다. 마치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내기라도 한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