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고인이 된 페트릭 스웨이지가 영화 < 더티 댄싱 > 말미에 음악에 맞춰 격렬하게 허리를 젖힐 때만 해도 ‘(I've had) The time of my life’가 이런 식으로 변형이 될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걸쭉했던 빌 메들리(Bill Medley)와 제니퍼 원스(Jennifer Warnes)의 목소리는 전자화된 애플딥(apl.de.ap)과 퍼기(Fergie)의 음성으로 교체되었다. 물론 입체적인 사운드를 조망하며 관제하고 있는 이는 윌아이앰(will.i.am)이다.
우리는 3008년 음악을 지향한다는 지난 < The E.N.D > 앨범의 연장선상을 알리는 싱글로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심화했다. 작년과 올해를 통틀어 < The E.N.D >의 곡으로만 28주 동안 빌보드 싱글 정상에 올랐으니 전자음을 지휘하는데 자신감이 붙었을 만하다. 샘플링으로써 후렴구가 이따금씩 모습을 드러내지만 윌아이앰의 기이한 실험정신에 대한 생색내기 정도에 그치고 만다. 나머지는 부피를 달리한 신시사이저 효과가 코러스간의 공백을 혼탁(Dirty)하게 메운다.
일렉트로니카나 힙합이나 옛 것을 발굴하여 재활용하는 능력이 프로듀서의 자질로써 평가되곤 한다. 샘플링의 완성도를 선곡의 의외성으로 담보되는 신선함과, 전체적인 곡의 맥락에 녹아드는 적절성의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이번 싱글은 유기적인 인상을 주지 못했다. 앨범 타이틀인 < The Beginning >이 답보상태로 진입하는 서막을 뜻하지는 않을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