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에 결성된 힙합 그룹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세 번째 음반이다. 생애 처음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탑 텐에 진입한 'Where is the love'는 10년 이상 무명생활을 극복한 이들에게 가뭄에 내리는 단비 같은 싱글이다.
다른 힙합 그룹들과 차별되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특징은 밝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과 멤버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한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들의 음반은 우리 뇌에 친근하게 어필하는데 이것은 단지 수려한 멜로디 때문만은 아니다. 찍어내는 기계 사운드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연주한 플레이는 집에서 손수 빗은 칼국수처럼, 장인의 얼이 긷든 수 공예품처럼 듣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사람들은 돈벌이에만 신경 쓰고, 우리는 이기심을 따라 옳지 않은 길로 갑니다.
사람들은 죽이고 죽습니다.
어린이들은 다치고, 그들이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세요.
이 사람들은 계속 저에게 묻습니다.
사랑은 어디 있냐고...'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가 작곡과 백보컬에 참여한 'Where is the love'의 가사는 흥겨운 분위기와는 달리 이렇게 의미심장하다. 이 곡을 들을수록 마빈 게이(Marvin Gaye)의 'What's going on'이 오버랩된다(사실 유사한 부분이 있다). 어린 아이처럼 막무가내로 투정부리지 않고 애늙은이처럼 조목조목 따져가며 이 세상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고발한다.
라틴 혈통인 블랙 아이드 피스는 'Latin girls', 라틴 풍의 타악기 연주가 두드러진 'Hey mama'와 'Third eye', 보사노바의 아버지인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Insensatez'를 샘플링한 'Sexy', 그리고 건반 연주를 맡은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인 뮤지션 세르지오 멘데스(Sergio Mendes) 등을 통해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서도 확실히 중심을 잡고 있다.
는 블랙 아이드 피스의 데뷔 앨범 <Behind The Front>와 2집 에 비해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앨범이다(2집은 지난 2000년에 국내에서 발매되었다). 이들은 두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팬들이 원하는 감성의 주파수를 찾은 듯 하다. 'Where is the love' 외에도 'Shut up', 'The boogie that be', 'Let's get retarded'는 잠재력이 풍부한 넘버다.
그러나 몇몇 노래에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들이 반사적으로 떠오른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Where is the love'는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을, 'Smells like funk'에서는 타코(Taco)의 'Puttin' on the ritz'의 그림자가 보인다. 이러한 잔재를 과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다음 앨범의 열쇠가 될 것이다.
-수록곡-
1. Hands up
2. Labor day (It's a holiday)
3. Let's get retarded
4. Hey mama
5. Shut up
6. Smells like funk
7. Latin girls
8. Sexy
9. Fly away
10. The boogie that be
11. The apl song
12. Anxiety
13. Where is the love
14. Third e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