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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ripped Mixes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2009

by 성원호

2009.08.01

위대한 팝의 황제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느덧 두 달이 다 되어가지만, 추모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지난달 7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장례식과 추모 공연이 거행되었고, 향후 별도의 추모 콘서트도 열릴 계획이다. 더불어 공연 리허설 영상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재구성한다는 소식과 연내에 미발표곡을 모아 앨범으로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도 함께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궤를 같이하듯 예전 히트곡을 모은 앨범과 기존 앨범이 연이어 재발매되고 있는 가운데 모타운(Motown)레이블에서 발매된 < The Stripped Mixes >는 그 동안의 히트곡을 재구성해 수록했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이 간다. 타이틀이 지닌 의미로만 본다면 비틀즈(The Beatles)의 < Let It Be...Naked >와 유사한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지만 '벗긴' 의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앨범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다를까? 우선, 비틀즈의 앨범 < Let It Be...Naked >는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매만져낸 화려하고 웅장한 < Let It Be >를 좋아하지 않았던 폴 맥카트니(Paul McCartney)의 의중이 반영된 작품이다. 따라서 필 스펙터의 사운드를 모두 걷어내고 일부 곡이 수정되어 발매된 < Let It Be...Naked >는 앨범을 만들 당시 폴이 생각했던 한층 자연스럽고 간소한 사운드를 잡아내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 The Stripped Mixes >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목소리다. 보컬 소스의 비중을 늘리고, 드럼이나 스트링 사운드 등의 구성을 재배치해 뽑아낸 결과물들은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게 살아있어 그의 목소리를 지척에서 감상하는 듯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단순히 원곡에서 몇몇의 구성을 빼고 더한 것이 아닌 재구성을 통해 곡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원곡에서 전주부분을 걷어내고 본디 페이드아웃(Fade-out)으로 처리되었던 엔딩을 아카펠라로 마무리한 첫 트랙 'I'll be there'는 앨범의 성향을 대변하기에 충분한 곡이다 초반부터 마이클의 청아한 리드 보컬로 전개되는 이 곡은 어쿠스틱 기타와 키보드 등 최소한의 악기만 배치한 채, 마이클 잭슨과 잭슨 파이브(The Jackson 5)의 화음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악기를 최소화했지만 풍성한 아카펠라의 백 보컬과 마이클의 맑은 음색이 어우러져 곡을 풍성하게 살린 것이 특징이다.

마이클의 목소리와 어쿠스틱 기타, 스트링 사운드만으로 심플하게 전개되는 'Ben'도 앨범의 필청 트랙. 녹음 당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표현력을 구사해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던 이곡은 백 보컬을 완전히 들어낸 터라 마이클의 목소리를 더욱더 또렷이 감상할 수 있다. 드럼을 배제하고 묵직한 베이스와 현악의 사운드, 키보드를 더해 마이클의 목소리를 한층 돋보이게 만든 'We've got a good thing going'과 'Darling dear', 백 보컬과 함께 한층 아련하고 애절하게 풀어낸 'Got to be there'도 일품이다.

나이를 초월한 듯 능숙한 감정처리능력이 돋보이는 빌 위더스(Bill Withers) 원곡의 'Ain't no sunshine'도 귀를 잡아끄는 곡이다.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의 작품 'Who's lovin' you'에선 블루지하면서도 아슬 아슬한 멜로디를 간드러지고 능수능란하게 불러재끼며, 베이스와 퍼커션 만으로 백보컬과 함께 단촐하게 버무려낸 'ABC'도 원곡 이상의 품질을 지녔다.

더불어 다채롭고 신명나던 'I want you back'은 잭슨 파이브의 아카펠라 보컬과 묵직한 베이스가 주축이 되어 심플하고 간결하게 표현되었다. 특히 원곡보다 40초 늘어난 곡의 후반부에서 마이클과 잭슨 파이브의 보컬 애드립은 키보드 사운드와 빈틈없이 어우러지며 참으로 구성진 매력을 발산한다.

앨범 수록곡은 베스트 앨범으로는 다소 적은 11곡에 불과하지만, 앨범 안에서 다양하게 재조명된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그의 죽음을 이용한 상업적인 음반이다'라는 비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베스트 앨범과는 다르게 마이클 잭슨의 '보컬'에 포커스를 맞춰 구성된 미발표 버전들이 수록된 점은 일각의 이러한 불신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무형문화재 격인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를 온전히 담아낸 것만으로도 이 음반이 지니는 가치는 무척이나 특별하다.

-수록곡-
1. I'll be there (작사, 작곡: Berry Gordy, Bob West, Hal Davis, Willie Hutch) [추천]
2. Ben (Don Black, Walter Scharf)
3. Who's lovin' you (William "Smokey" Robinson) [추천]
4. Ain't no sunshine (Bill Withers)
5. I want you back (The Corporation™: Freddie Perren, Berry Gordy, Alphonzo Mizell, Deke Richards)
6. ABC (The Corporation™: Freddie Perren, Berry Gordy, Alphonzo Mizell, Deke Richards)
7. We've got a good thing going (The Corporation™: Freddie Perren, Berry Gordy, Alphonzo Mizell, Deke Richards) [추천]
8. With a child's heart (Sylvia Moy, Henry Cosby, Vicki Basemore)
9. Darling dear (Horgay Gordy, Robert Gordy, Allen Story) [추천]
10. Got to be there (Elliot Willensky)
11. Never can say goodbye (Clifton Davis)
성원호(dereksung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