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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ing life blues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2006

by 임진모

2006.11.01

정성하 기타리스트로서, 백인 블루스 계보의 중요 인물로서,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은 대중 음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의 그는 가장 잘 ’팔리는’ 뮤지션 중에 한 사람이다. 전 세계인의 작업 송(?) ’Wonderful tonight’과 ’Layla’는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숙지하고 있는 시대의 시그내쳐 송들이며, 특히 ’Tears in heaven’의 가슴 아린 사연과 함께 < Unplugged >앨범이 국내에서도 기대이상의 사랑을 받으면서, 에릭 클랩튼은 그의 최전성기를 잘 모르는 현재 20대 후반 이하의 한국인들에게도 너무나 친근한 이름이 되었다.


펜더와 깁슨은 설명의 필요가 없는 일렉트릭 기타의 양대 명가이지만, 단순히 연주만 듣고 그 차이를 구별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하지만 에릭 클랩튼의 연주는 듣기만 해도 안다. 이것이 바로 펜더의 소리다. 특유의 끈끈하면서도 담백한, 진득하게 붙어 내리는 기분. 에릭 클랩튼의 ’슬로우 핸드(Slow Hand)’와 펜더의 맛은 그 이상이 없는 연주자와 악기의 조합이다.


비비 킹(BB King),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에 이어, 에릭 클랩튼의 야심찬 ‘블루스 장인 찾기’ 시리즈의 세 번째 상대는, 바로 제이제이 케일(JJ Cale)이다. 두 사람의 연주는 흔히 ’잘 친다’고 얘기하는 휘황찬란한 개인기와 속주 따위는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으며, 익히 알려진 대로 노래도 누가 나을 것도 없이 ’못 한다’. 하지만 그 표면적인 평범함 속에 숨겨진 아르페지오의 정교함과 오로지 연륜에 의해서만이 우러나올 수 있는 깊이와 두께는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는 푸근함과 숙연함을 선사하며, 두 노인(분명 사실이다)의 텁텁한 목소리는 20년 숙성시킨 묵은 지를 먹는 듯 진한 여운을 남긴다. 이것은 유행과 시대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대중음악의 뿌리에 흐르고 있는, ’구식의 힘’에 대한 담대한 증명이다.


김두완 에릭 클랩튼은 비비 킹(B. B. King)과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에 이어 이번에 제이제이 케일을 소개하고 있다. 전설과의 향음주례를 위해 한바탕 블루스 필인이 펼쳐진다. 브라우니 맥기(Brownie McGhee)의 곡을 리메이크하지만 마치 원곡인양 여유로운 시공간이 공존하게 된다. 유사한 톤을 가진 두 거장의 목소리가 사이좋게 동행을 한다. 이들 선후배 간의 ‘기타 교감’이 무엇보다도 운치를 던진다. 에릭 클랩튼 덕분에 젊은 대중들은 이토록 여러모로 계몽되고 있다.


이대화 차분하지만 동시에 질퍽하다. 연주는 보통의 블루스처럼 찢고, 팽팽한 것이 아닌 보듬고 퉁기는 어쿠스틱 필이지만, 노랫말과 하모니카 소리에선 방랑과 하류의 기운이 샘솟는다. 블루스는 좀 이래야 되는 것 같다. 느리고 깊은 맛, 그리고 진하고 떫은 맛!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