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음반 위에 굵은 글씨로 새겨진 명사(名士) Ennio Morricone(엔니오 모리꼬네), 그 아래 “골드 에디션”(Gold Edition)이란 소제목이 적혀있다. 말 그대로 황금 판이다. 그 판 안에는 이탈리아가 낳은 장인 영화음악가의 장대한 서사적 일대기가 담겨있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이름으로 국내에 소개된 그 어떤 음반과도 감히 비교를 불허할 만큼 엄선된 최고의 음악 명작(Best Film Classics).
3장의 CD에 무려 51곡이 실린 이 모음집은 무엇보다 국내에 익히 알려진 명화들의 테마음악을 막론하고 그의 숨은 고전작품들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흥분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1989년에 국내에 개봉돼 수많은 영화관객들의 가슴을 감동의 눈물로 적신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을 위시해 <미션>(The Mission, 1986), <언터쳐블>(The Untouchables, 1987), <프로페셔널>(Le Professionnel, 1981) 그리고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의 효시가 된 서부영화걸작들(<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무숙자>, <석양의 갱들>)까지, 딱 그 정도가 우리에게 익숙한 레퍼토리의 전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 만큼 생소한 다수의 영화타이틀 곡들에 우선 시선이 머문다. 그리고는 CD를 플레이어에 얹어 놓은 이후부터 서서히 모리꼬네의 음악세계 안으로 빨려들게 만든다. 첫인상은 낯설지만 전혀 이질적인 사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엔니오 모리꼬네 특유의 음악적 감수성이 음반에 실린 모든 곡에서 반복되고 변주되어 우러난다. 나폴리 민요와 칸초네, 오페라가 바탕에 깔린 이태리의 민속적 감성, 거기에 배합되어 나오는 갖가지 실험적인 소리들이 바흐와 스트라빈스키, 슈토크하우젠 등의 클래식거장들로부터 영향 받은 고전음악의 전통적 양식 안에서 융화되고 특화된 엔니오 모리꼬네표 음악.
영화의 화면이 전달할 수 없는 소리의 기호들을 음악에 담아 관객들에게 실어 나르는 그의 음악은 로맨스, 공포, 액션, 느와르, 서부영화, 에로틱 성인물 등 다양한 장르영화에 사용되었지만 본질적으로 빼어난 선율감으로 서정적이고 결국 혼자라서 외로운 인간 내면의 소리를 구현해 낸 것들이었다. 그의 음악이 우리 한국인들의 감성에 특별히 와 닿아 마음을 흔든 이유도 그러한 음악성 때문일 것이다. 영화에 조응하는 음악의 기능으로서 뿐 아니라 음악 그 자체만으로 작곡가의 유일무이한 성향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독립음악. 화면에 갖다 맞추는 식의 음악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에 맞춰 영화를 전개시키도록 할 정도로 음악적 자존감이 대단한 장인의 터치.
할리우드로부터의 숱한 물질적 유혹을 뿌리치면서 이태리인으로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곧게 지켜온 그는 위대하다. 1961년부터 무려 46년이라는 장대한 세월을 영화음악에 바치면서 400여 편 이상의 다작을 통해 영화사에 길이 남을 다수의 역작을 세공해 낸 이태리 거장의 숨결. 미국영화에 참여하면서도 그들의 자본에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았고 그런 가운데 마침내 2007년 아카데미로부터 평생의 업적을 받들어 모시는 공로상을 수여받았다.
그러한 그의 절개를 반영이라도 하듯 3장의 황금 판에 고이 간직된 음악들 또한 지극히 이태리 중심의 유럽적이고 지중해적인 이국의 풍모로 가득하다. 최대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의 테마음악이 빠진 것은 심히 아쉽지만 최근 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내한공연장을 찾지 못한 분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 가치가 충만한 베스트 오브 베스트 명작선이다. 그 풍부한 질적 음감을 제대로 듣고자 한다면 이 세장의 '골드 에디션'과 CD플레이어는 필수!!
-CD1
01. NUOVO CINEMA PARADISO <시네마 천국>
02. LA CALIFFA <칼리파 부인>
03.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옛날 옛적 서부에서>
04. THE ENDLESS GAME <끝없는 게임>
05. LONTANO <신이 우리와 함께 한다>
06. LA RAGIONE, IL CUORE, L'AMOR <뇌 속의 악마>
07. NINNA NANNA IN BLU <아홉 꼬리의 고양이>
08. VIAGGIO CON ANITA <아니타와 새끼 고양이>
09. VIVA LA REVOLUCION <테페파>
10. OCEANO <바다>
11. IL DESERTO DEI TARTARI <타타르 사막>
12. QUESTA SPECIE D'AMORE <이런 유의 사랑>
13. DAL MARE <비밀>
14. MOSCA ADDIO <안녕 모스크바>
15. FORSE BASTA <페이네 사랑의 세계 여행>
16. IL FIGLIO E LA NOSTALGIA <사막의 정복자>
17. LE DUE STAGIONI DELLA VITA (Two Seasons of Life)
-CD2
01. IL MIO NOME ENESSUNO <무숙자>
02. PER QUALCHE DOLLARO IN PIU <석양의 건맨>
03.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석양의 무법자>
04. COMPANEROS <황야의 동업자>
05. I CRUDELI <서부의 무법자>
06. LA BALLATA DI HANK MCCAIN <언터쳐블>
07. UN ESERCITO DI 5 UOMINI < The Five Man Army >
08. IL MERCENARIO <표범 황혼에 떠나가다>
09. LA SCOPERTA DELL'AMERICA < Come Scopersi L'America >
10. LA RAGAZZA E IL GENERALE < The Girl and The General >
11. IL TRIO INFERNALE < The Infernal Trio >
12. TEMA PER DRIA <베니스의 정사>
13. BELINDA MAY <알리바이>
14. ABOLICAO <번>
15. TRE COLONNE IN CRONOCA
16. E FINALMENTE < Invito Allo Sport >
17. INDAGINE <완전범죄>
-CD3
01. CHI MAI <막달레나,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
02. ADDIO A PALERMO <최후의 시실리>
03. L'UOMO DELLE STELLE <스타 메이커>
04. SI MUORE D'AMORE <사랑에 죽다>
05. ROMANZO <노베첸토>
06. DIMENTICARE PALERMO <쟈스민의 함정>
07. A LYDIA <실례지만, 서로 사랑할래요?>
08. FACCIA A FACCIA <서로 마주보며>
09. GIU LA TESTA <석양의 갱들>
10. METTI UNA SERA A CENA <어느 날 밤의 만찬>
11. VERUSCHKA <베르슈카>
12. LA CUGINA <사촌>
13. PIUME DI GRISTALLO <수정 깃털의 새>
14. ALLA SERENITA' < La Donna Invisible >(The Fantasies of A Sensuous Woman)
15. COME UN MADRIGALE <회색 벨벳 위의 네 마리 파리>
16. CASTELLI DI SCOZIA <새장 속의 광대3>
17. GABRIEL'S OBOE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