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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무법자 (A Fistful Of Dollars)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64

by 김진성

2006.08.01

느끼한 버터냄새가 진동하는 미국의 전통 서부극에 이태리의 새콤한 스파게티 소스를 듬뿍 친 이탈리아산 웨스턴, 스파게티 웨스턴무비의 성공적 서막을 가슴 찡하게 안겨준 대표작. 만리타향 아메리카에 발을 들여놓은 두 이방인 세르지오 레오네(감독)와 엔니오 모리꼬네(작곡가)는 이 한편의 명작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족적을 남겼다.


미국의 서부개척사를 심히 예리한 눈초리로 바라봤던 레오네의 냉랭한 시선도 특이했지만, 거기에 덧붙여 음악적 일침을 가한 모리꼬네의 테마음악 또한 실로 독특한 것이었다. 바그너 식의 장쾌한 오케스트라를 전형적 모델로 한 미국풍 서부영화음악사운드와는 달라도 한참 달랐던 그의 음악에는 이국적 타인의 취향과 서민적인 소박함이 깊숙이 뿌리내려있었다.

고독의 향기를 진하게 풍기며 울어대는 멕시칸 풍 트럼펫사운드가 압권인 메인테마, 그리고 스페인풍의 말발굽 기타리듬반주와 방랑의 휘파람소리를 시그널사운드로 종소리, 채찍소리, 로큰롤적인 전기기타리프 등의 원색적이고도 상징적인 사운드스코어와 함께 멋들어진 모습을 드러낸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는 이 영화와 함께 역사가 되었다. 웨스턴 무비사운드의 새로운 장을 연 바로 그 순간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바로 이 작품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는 맥스 스타이너(Max Steiner)의 <킹 콩>(King Kong), 알렉스 노스(Alex North)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A Streetcar Named Desire)를 포함한 일련의 명화음악들과 함께 영화음악역사상 중대하게 다뤄진다.

위대한 걸작이라 불리는 영화와 음악은 이후 레오네의 폭발적인 작품들에 비해 얌전하고 수수해 보이는 편이지만 만족도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시거를 씹으며 미간을 찡그리는 이스트우드의 표정연기는 이후 무법자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로 각인될 만큼 강인했다. 영화가 또한 성격상 어둡고 매우 차갑지만 파란만장 흥미진진 다채로운 스타일을 과시하듯 모리코네의 음악도 냉소적이면서 화려한 터치의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광석화와 같은 천재적 스코어가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사실 그다지 크지 않지만 단지 획기적인 것 그 이상이었다. 실로 완전히 새로운 타입의 음악. 알레산드로 알레산드리니(Alessandro Alessandrini)의 휘파람과 그의 보컬 그룹들의 그렁거리는 후두음 그리고 전기기타와 채찍, 드럼소리등으로 구성된 오프닝타이틀테마. 저음의 피아노 리프가 하모니카와 집시 풍의 바이올린 독주와 함께 교류하는 'Almost Dead'(죽은 거나 다름없는)는 무명의 총잡이가 가진 이미지를 미국과 유럽 포크음악의 혼합으로 뛰어나게 반주해냈다. 'Square Dance'(광장 춤)는 웨스턴 댄스음악의 매우 유쾌하고 캐치한 악곡. 'The Chase'(추격)은 트럼펫과 퍼커션, 합창의 광적인 결합이 기묘하지만 별나게 멋진 액션의 쾌감을 준다.

'The Result'(결과)는 또 다른 멋진 액션 큐로 민속적인 악풍의 영향이 더욱 빛을 발한다. 'Without Pity'(무참하게)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 피날레로 폭발해 들어가기 전 선율적인 서스펜스에 더 집중한다. 이어지는 타이틀테마 'Theme From A Fistful of Dollars'는 고혹적으로 경이로운 트럼펫 테마로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Ecstasy of Gold'(황금의 황홀경)에 필적하는 감흥을 일으킨다. 무법자의 전설, 천재성이 번득이는 명작시리즈의 탄생은 처음부터 대단히 이례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수록곡
1. Titoli (From 'A Fistful of Dollars')
2. Almost Dead
3. Square Dance
4. The Chase
5. The Result
6. Without Pity
7. Theme From 'A Fistful of Dollars'
8. 'A Fistful of Dollars' Suite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