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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어페어 (Love Affair)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94

by 김정화

2001.08.01

시대에 맞게 현대적으로 새롭게 변화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추억의 명화 속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러브 어페어>는 지난 1939년 과 1957년에 이어 37년 만에 다시 한 번 리메이크 되어 팬들의 가슴에 이슬을 맺히게 한 클래식 작품이다.

1961년 엘리아 카잔 감독의 <초원의 빛>으로 영화에 데뷔한 워렌 비티와 그의 사랑스런 아내 아네트 베닝이 함께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지만, 특히 워렌 비티가 제작까지 맞았다는 점에서 더욱더 흥미를 끌었다. 로맨틱 러브스토리답게 제목이 주는 느낌 그대로 그 흔한 사랑 이야기라는 인상으로 다가온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두 사람, 그러나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운명처럼 서로를 말없이 이끌고 있었고 그 무언의 눈 빛 속에서 잔잔함을 더해 주는 거장의 음악이 그들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엔니오 모리꼬네 ( Ennio Morricone )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거대한 수식어가 붙여지는 영화음악의 살아 있는 거장이자 대부이다. 그는 1961년 <황야의 무법자>(Per Un Pugno Di Dollari)과 음악 지휘자로 데뷔했다. 당시 이 영화는 전 세계 영화 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기면서 '서부 영화=할리우드'라는 기존의 등식을 허물었을 뿐 아니라, 엔니오 모리꼬네 라는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음악가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비록 마카로니 웨스턴(절대 서부 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경멸하는 뜻)과 마카로니 뮤지션이라는 일각의 부러움 섞인 비아냥도 있었지만, 작품성과 그 영화 음악은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오로지 영화음악만을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음악은 수 백 편의 영화에서도 이미 입증되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들로는 <석양의 건맨>, <속 황야의 무법자>, <엑소시스트 2>,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 천국> 등이 있다.

'고전'에 대한 엔니오 모리꼬네의 배려였을까? 음반은 그의 창작 예술로만 꽉 채워놓지는 않았다. 두 주인공의 밀월 같은 사랑을 드러내는 듯한 제목의 'Never let your left hand know what your right hand''s doin'''와 같은 팀패니 파이브(Tympany Five)의 리더 루이스 조단의 노래뿐 아니라 인생은 참으로 묘하다는 내용의 'Life is so peculiar'는 재즈의 거장인 루이 암스트롱과 루이스 조단의 듀엣 곡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인생의 묘한 순리를 터득한 듯한 여유가 느껴진다.

네 번째 트랙에 실린 레이 찰스의 'The Christmas song'이 하얀 눈과 함께 두 주인공이 만나기로 한 약속의 장소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창 밖으로 흘렀다면, 그리고 그들이 만나 포옹을 하며 끝을 맺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낭만을 품게 만든다. 물론 극중 레이 찰스가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아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덧붙일 게 있다면 아네트 베닝의 약혼자로 잠깐 출연한 훗날의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은 약간은 어색한 웃음을 짓게 한다.

5번 트랙부터 14번 트랙까지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품이다. 앞서 소개한 고전 음악들이 블루스와 스윙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두 연인의 사랑을 진리로 인도했다면, 마치 한 곡을 세분화시킨 듯한 '연속성의 서정미'를 느끼게 하는 그의 음악은 그 단조로운 아름다움이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고귀하게 그리고 있는 듯 하다.

특히 10개의 트랙 가운데서도 'Piano solo'와 'Love affair end credit'은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적 감성을 잘 드러낸 곡이라 하겠고 'Piano solo''와 'Return'의 여성 허밍 부분은 천국으로 안내하는 듯한 따스 한 모성을 자극한다. 엔니오 모리꼬네, 그의 음악적 탁월한 천재성은 로맨틱 영화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끝으로 음반에는 수록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합창하는 비틀스의 명곡 'I will'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아기자기한 순수함이 흐른다.
김정화(jhkim@iz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