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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iscovered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
2006

by 조이슬

2006.10.01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이 불러내는 것은 '그때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감성이다. 어느 곡을 들여다보아도 복고적인 스트링과 브라스가 관류하며, 숨소리조차 제대로 정제되지 않는다. 이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레트로 '지향'이라 말한다. 그런데 그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며 쓰고 싶은 대로 쓸 뿐인 그에게 왠지 작위적인 냄새가 나는 이 단어는 참 어울리지가 않는다. 어딘지 다듬어져야 할 것 같은 톤으로 시작하는 < Undiscovered >. 이것이 이제 막 약관의 나이를 넘긴 청년이 내던진 야심찬 데뷔작이다.

허나 음반 곳곳을 살펴보아도 치기어린 터치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 나이 때쯤이면 당연히 나와 주어야 할 '야멸친 속도감'이랄지 '사운드의 스타일'이 없다. 대신 그는 '이전의 음악'에서의 명징함을 획득하고 '깊이'에서 오는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그래서 영락없이 그의 이름 앞에는 '존 메이어(John Mayer)', '데미언 라이스(Damien Rice),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가 있다.

순풍을 탄 듯 순조롭게 진행된 첫 싱글 'You give me something'을 듣고는 더욱 그러했을 터. 아마 사람들은 포크 감성이 진하게 묻어난 'You're beautiful'의 '제임스 블런트' 보이스를 생각했을 것이고, 청바지와 티셔츠에 기타 하나만을 메고 나와 차트를 호령한 2002년의 '존 메이어'를 떠올리며 위락을 얻었을 것이다. 감정을 '날 것'으로 드러낸다는 것에 대해, 꾸미지 않은 소박함에 대해 그들은 이렇게도 익숙하다.

'You give me something'의 빛나는 차트성적 역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 그에 대한 명백한 환호다. 브라스와 스트링이 톤을 올리며 절정 상태로 이끌어도 정작 그는 너무나 여유롭기만 하다. 한번쯤은 '과잉'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자신의 중심을 단전에 놓은 것처럼 꿈적도 않는다. 이 초연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농익은 감성이 음악 팬들을 서서히 포박하는 것은 당연한 일. 유영하듯 흐르는 부드러운 긴장감은 이렇듯 앨범 전체를 감아쥔다.

만약, 타이틀 곡 'You give me something'만을 듣고 앨범 전체가 복고 사운드 하에 집약한 '소울 음반'이라 보면 곤란하다. '과거'를 되살리지만 한 가지 장르에만 머무르지는 않는다. 가슴 저린 미담을 가득담은 11곡은 강성의 '록'을 통해, 혹 그의 이름에서 공통분모를 찾았을지 모르는 '아일랜드 음악의 대부'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블루스'를 통해 창출된다. 굵은 흐름을 간직한 채 그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는 형식은 흔히 '과거에만' 집착해 지루해질 수 있는 소재의 전형을 탈피, 이렇듯 음반의 재미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래서 앨범을 구석구석 살펴 들어야 된다. 진중한 사운드 속에서 요요히 빛나는 선율 감각의 'This boy'나 재기 넘치는 'Under the influence', 오르간 울림 속에서 오묘하게 반짝이는 'The pieces don't fit anymore'는 싱글 하나만으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웬만하면 중독성 멜로디를 적당히 섞어 히트 퍼레이드를 줄줄이 엮어갈 만도 한데 그는 여기에는 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전대미문의 '슈퍼스타'로 우뚝 서기에 조금 석연치 않은 단면이 걸리기는 한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자 한 음악 지평은 독자적이고 단편적인 싱글들이 아닌 앨범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포착할 수 있다. 앨범의 고른 완성도는 그의 이런 여유로움에 어울리는 통찰력 속에서 획득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기가 어떤 재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는 참으로 바보 같은 뮤지션'이 이제 세상을 박찰 준비를 끝냈다. 앨범의 타이틀은 겸손하게도 'undiscovered(발견되지 않은)'이다. 하지만 이제는 귀 기울여 들어줄 팬들이 있고, 그들의 응원이 있으며, 힘차게 날아오를 스테이지가 있다. 이제야 그 쉼 없이 이어온 창작의 내공을 세상을 향해 아낌없이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수록곡-
1. Under the influence
2. You give me something
3. Wonderful world
4. The pieces don't fit anymore
5. One last chance
6. Undiscovered
7. The letter
8. Call the police
9. This boy
10. If the rain must fall
11. The last goodbye

Produced by Martin Terefe, Eg White, Steve Robson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