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 앨범을 내놓았지만 사람들은 그를 '아이돌'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유는 그의 음악적 역량 때문이다. 어느 성인에 못지 않은 리듬감과 R&B 감성을 가지고 있는 탁월한 능력은 그를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해 아이돌로 단순규정하기에는 상당한 원숙함을 내뿜는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성숙해 있다 할지라도 어린 나이가 성공에 미친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1997년 두 번째 앨범이 폭풍을 일으키기까지 그가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공존하기 어려운 두 이미지를 동시에 간직한 때문이었다. 성인의 감성으로 그루브 감이 풍부하면서도 어린아이의 맑은 톤을 간직한 절충의 이미지야말로 그의 주요한 성공요인이다.
스물의 나이를 넘기고 데뷔 5년을 훌쩍 넘기면서 아마 그도 지난 성공이 지닌 한계를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미 대형 뮤지션이 되어버린 자신이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기 위해 어떤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음이 틀림없다. 어떻게 하면 성숙해진 나만의 이미지로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만약 그런 내적 갈등을 가지고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면 결과는 무척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 앨범의 가장 주요한 느낌은 세련미이다. 흑인 음악을 정제시켜서 그 습하고 저급한 부분을 걸러 낸 듯,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또는 고급스럽고 깔끔한 흑인음악의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 'Pop ya collar'가 미국보다 영국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이번 앨범도 세계 발매 이전에 영국에서 먼저 발매된 것 또한 이런 고급스러운 스타일이 영국 대중의 기호에 잘 맞아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어셔는 차트 정상을 밟은 'You remind me'를 이야기하면서 “2001년 R&B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아마도 그의 이런 발언은 그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이미지의 정립을 대변해주는 말일 것이다. 흑인 음악에 팝이 지닌 현대적인 감각을 충분히 수용한 이번 앨범은 자신을 성인의 그루브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신기한 소년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현대인의 이미지로 가져간 것이다. 또한 그는 소울과 힙합의 결합을 넘어선 'R&B/힙합과 팝의 결합'을 21세기 흑인 음악의 방향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어번 힙합발라드'라고 할까.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 베이비페이스(Babyface)와 같은 대형 뮤지션들이 앨범 전반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또한 앨범의 주된 매력을 창출한 요인이지만 자신 역시 직접 곡 작업에 깊이 관여하면서 주도권을 넘기고만 있지는 않다. 21세기 흑인 음악의 방향을 알리는 앨범, 부드럽고 고급스런 흑인음악 앨범이다.
-수록곡-
1. Intro-lude 8701
2. U Remind Me
3. I Don't Know (Feat.P.Diddy)
4. Twork It Out
5. U Got It Bad
6. Pop Ya Collar
7. If I Want To
8. I Can't Let U Go
9. U Don't Have To Call
10. Without U(Interlude)
11. Can U Help Me
12. How Do I Say
13. Hottest Thing
14. Good Ol' Ghetto
15. U-turn
16. T.T.P.
17. Separa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