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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At The Regal
비비 킹(B.B. King)
1971

by 안재필

1999.07.01

비 비 킹의 블루스는 '신상품'이다. 그의 음악에 유통기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들으면 들을수록 새롭고 맛있다. 고희를 넘어선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비 비 킹은 끊임없는 라이브 공연을 통해 지금 이 시간에도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다. 신선함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명나는 그의 블루스 한마당은 관객들의 갈증을 확 풀어준다. 그래서 뒷맛까지 깔끔하다.

그의 고유 브랜드인 '루씰' 기타와 함께 하는 무대는 항상 즐겁다. 눈물의 블루스를 '웃음'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는 또한 블루스를 흑인전용에서 '인종차별 없음'으로 만들었다. 공연 장에는 백인들로 가득했다. 가스펠의 진실성이 듬뿍 담긴 보컬창법과 티 본 워커(T-Bone Walker)와 장고 레인하르트(Django Reinhardt)로부터 영향받은 유니크한 기타 연주는 재즈의 풍부한 리듬 섹션이 가미되어 더 이상 슬프지 않다. 변두리에서 방랑하던 블루스가 메인 스트림으로 진격할 수 있었던 요소이기도 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기우기 피아니스트 로버트 퍼거슨(Robert Ferguson)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비비 킹을 보고 그만 웃고 말았다. 그가 자줏빛 정장, 빨간색 셔츠, 그리고 녹색 넥타이를 하고 무대로 나온 것이다.” 바로 비 비 킹의 패션쇼 또한 공연에서 빠질 수 없는 특별한 양념이다.

그는 젊은 시절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면서부터 터득한 노하우로 콘서트에서 청중들이 희망하는 '소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래서 갖은 요소를 다 담아서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을 공연에서 척척 선보였다.

비 비 킹의 1964년 라이브 공연을 담은 <Live At The Regal>은 그 중에서도 최상의 소스만을 골라 담은 실황음반이다. 11월의 추운 날씨였지만 공연장인 시카고의 리갈 극장은 한여름의 뜨거운 날씨였다. 청중들과 비 비 킹이 혼연일체된 것이다. 킹은 관중들을 연주했고, 그들은 기꺼이 악기가 되어주었다.

시카고 라디오 방송국의 디제이 퍼비스 스팬(Pervis Spann)과 E. 로드니 존스(E. Rodney Jones)의 소개로 등장한 킹은 멤피스 슬림의 'Everyday(I have the blues)'를 멋지게 재해석하며 공연의 테이프를 끊는다. 이어서 연주되는 곡은 'Sweet little angel'이다. 버디 가이(Buddy Guy)가 “내가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그의 음성은 나를 울게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비 비 킹의 '크라잉(Crying)' 창법은 압권이다. 'It`s my own fault', 'How blue can you get', 'Please love me' 등의 순도 높은 레퍼토리에서 팬들은 그에게 최고의 화답을 하고 있다. 목화농장에서의 콜 앤 리스펀스(Call & Response)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Worry, worry'에서는 킹의 벤딩 주법을 충분히 맛 볼 수 있다.

비 비 킹은 블루스의 우산아래에서 다양한 음악적 실험들을 하고 있다. 앨범 <Live At The Regal>이 증명해준다. 그의 음악은 그러나 기본에 충실하며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도 자신의 고향 '델타의 향기'를 잊지 않고 있다. 킹은 말한다. “나는 가스펠, 재즈 뮤지션도 아니다. 오직 블루스 아티스트일 뿐이다.”

-수록곡-
1. Every Day I Have the Blues (Memphis Slim)
2. Sweet Little Angel (King/Taub)
3. It's My Own Fault (Hooker)
4. How Blue Can You Get? (Feather/Feather)
5. Please Love Me (King)
6. You Upset Me Baby (Bihari/King)
7. Worry, Worry (Bihari/Davis)
8. Woke up This Mornin' (Bihari/King)
9. You Done Lost Your Good Thing Now (Josea/King)
10. Help the Poor (Singleton)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