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이들의 음악에 빠져든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다는 -사운드의 낯설음이 아니라 그 사운드의 변모에서 낯설었던- 느낌을 주었을 법한 3년만의 신보.
그러나 변절(혹은 변화)의 기운을 감지할 레이더를 가동시키지 않았던 헌신적인 팬들과, 이들의 변화를 감지 못하는 게 당연한 새로운 감상자들에게는 변함없는 사랑을 받은 이 앨범은 다소 '소프트'한 의외로 '팝적인' 사운드를 담고 있다.
플랜트의 날카로움이 현저하게 깍인 중음대의 거친 음색으로의 완연한 변모와 함께 시작하는 'In the evening'은 'Kashmir'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느낌의 스트링이 가미된 록 넘버.
'D`yer mak`er'와 비슷한 라인을 발전시킨 듯한 피아노와 베이스의 심플하면서 명랑한 사운드에, 만돌린 혹은 하프시 코드(같은 사운드의)의 재미있는 끼어들기, 호루라기 소리와 더불어 더욱 발랄하게 달려나가며, 끊어지는 듯한 괴팍한 기타 사운드와 영롱한 만돌린 사운드와 만나는 음악 'Fool in the rain'은 레드 제플린의 재기 발랄함을 가득 담고 있다.
피아노가 주도하는 초창기 로큰롤의 흥겨운 파티 넘버 'Hot dog' 역시 플랜트의 뻔뻔한 로큰롤 보컬을 비롯 더 말할 필요 없는 신나는 넘버.
10분이 넘는 'Carouselambra'는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브라스를 비롯한 중간 중간의 기타 사운드들이 80년대의 그것들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상당히 흥미롭기도 한다.
가장 긴 길이의 장대한 곡이지만 그 중간 어디에선가는 확실히 메탈이 아닌 '팝'과 닮아 있는 곡. 이번 앨범에서 그리고 레드 제플린의 곡 중에서 가장 생소할 그러나 이 앨범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곡 'All my love'에서는 인트로의 스트링 사운드와 더불어, 'All my love'부분에서의 플랜트의 창법과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절묘한 기타의 라인은 1980년대 팝의 정형적인 매력들을 이미 그 안에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정말 다양하고 즐거운 음악들을 담고 있으며, 사운드적 변화를 볼 때 다음 사운드를 정말 궁금하게 만드는, 제플린 팬들의 호기심을 강력하게 찔러대는, 마지막이라서 더 아쉬운 앨범.
-수록곡-
1. In the Evening (Jones/Page/Plant) - 6:49
2. South Bound Saurez (Jones/Plant) - 4:12
3. Fool in the Rain (Jones/Page/Plant) - 6:12
4. Hot Dog (Page/Plant) - 3:17
5. Carouselambra (Jones/Page/Plant) - 10:32
6. All My Love (Jones/Plant) - 5:53
7. I'm Gonna Crawl (Jones/Page/Plant) - 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