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Physical Graffiti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1975

by 한유선

2000.03.01

레드 제플린 최초의 더블앨범.

한 장은 새로 작업된 곡들이고, 다른 한 장에는 이전 앨범에서 누락됐던 곡들이 수록, 어쩌면 요즘의 B사이드 모음집 같을 수도 있을...

살짝 그들의 또 다른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앨범.

새로 녹음된 곡들은 이전보다 정제된 강력함이 느껴지는 사운드의 곡들이 포진하고 있으며, 각 곡들의 맥락도 크게 흩어지지 않고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통일된 느낌을 만들어낸다. 'Custard pie'같은 곡을 비롯 지미 페이지의 리프들은 더욱 그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플랜트의 보컬도 이런 사운드에 걸맞게 보다 중후한 느낌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듯하지만 그 특유의 날카로운 고음은 여전히 가실 줄 모른다.

수퍼 하드 록 사운드의 부드럽게 처절한 기타 리프와 플랜트의 숙명론자의 느낌을 그대로 표출하는 감성 만땅 보컬이 묵직하게 때리는 보냄의 드럼에 실린 'In my time of dying'은 10분이 넘는 긴 러닝 타임 속에서 지루할 수 없는 긴장감과 사운드적 실험을 들려준다.

마지막에 남발되는 플랜트가 내지르는 '감정의 최고조'에 달한 듯한 절규와 마지막 가사 사이에 들리는 캘록 캘록 기침소리에 페이지의 장난까지...

별걸 다 하며 즐거움을 주는 레드 제플린이다. 이전 앨범에 실리지 않은 것이 이상한 'Houses of the holy', 긴장을 풀어주듯 흔들리는 훵키 넘버 'Trampled underfoot', 영화 <고질라 Godzilla>에서 퍼프 대디가 'Come with me'로 변형시켜 메이저급으로 히트쳤던, 동양적인 냄새가 잔뜩 묻어 있는 헤비한 한 편의 드라마 'Kashmir'.

뭐든지 내기만 하면 정상을 차지하던 레드 제플린 최고의 절정기의 음악성 한 데 집약된 '최고의 곡'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Kashmir'로 일단 한 장의 음반은 끝.

그리고 남아있는 또 한 장의 음반은 1970년부터 1974년까지 만들어졌던 곡들인데, 의외의 구성을 띠고 있다.

8분을 넘기는 러닝 타임에 다소 약하지만 이중으로 녹음된 플랜트의 보컬과 사운드의 반전과 함께 프로그레시브적인 구성을 하고 있는 첫 곡 'In the light'와 3집의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Bron-yr-aur', 헤비한 'The wanton song', 플랜트가 평생 잊지 못한다는 첫사랑을 노래한 'Ten years gone', 레드 제플린 같지 않은 'Boogie with stu', 지미의 광기어린 기타 플레이의 'Sick agaib'까지.

같은 뮤지션이 들려주는 한 장의 통일성과 한 장의 다양성. 그 재미를 마다할 사람 어디있을까?

-수록곡-
1. Custard Pie (Page/Plant) - 4:13
2. The Rover (Page/Plant) - 5:36
3. In My Time of Dying (Bonham/Jones/Page/Plant) - 11:04
4. Houses of the Holy (Page/Plant) - 4:01
5. Trampled Under Foot (Jones/Page/Plant) - 5:35
6. Kashmir (Bonham/Page/Plant) - 8:31
7. In the Light (Jones/Page/Plant) - 8:44
8. Bron-Yr-Aur (Page) - 2:06
9. Down by the Seaside (Page/Plant) - 5:14
10. Ten Years Gone (Page/Plant) - 6:31
11. Night Flight (Jones/Page/Plant) - 3:36
12. Wanton Song (Page/Plant) - 4:06
13. Boogie With Stu (Bonham/Jones/Page/Plant) - 3:51
14. Black Country Woman (Page/Plant) - 4:24
15. Sick Again (Page/Plant) - 4:43
한유선(hanys@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