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iamese Dream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1993

by 임진모

1994.10.01

<신경쓰지 마>의 대성공으로 인해 메이저 레코드사가 '뉴 너바나'를 찾으려고 광분한 것은 생리적으로 당연한 일이었다. 음반회사 간부들은 '너바나적이면서도 너바나와 다른 밴드'를 발굴해야 했다. 스매싱 펌킨스는 추세와 독특함을 동시에 바라는 메이저의 요구에 가장 걸맞는 밴드였다.

우선 이 그룹은 기존 그런지 군단의 전사들과 멤버구성에서부터 달라 시선을 끌었다. 멤버 가운데 다시(D'arcy)라는 이름의 여성이 끼어 있고(여성이라고 깔보면 곤란하다. 그녀의 베이스 연주는 그 누구보다 견고하고 묵직하다) 제임스 이하(James Iha)라는 일본계가 기타를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왠지 모르게 스매싱 펌킨스의 음악에는 동양적인 몽환의 무드가 느껴진다. 여성과 소수민족의 홀대에 삿대질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이념과 관련하여 이미 밴드 구성에서 그것을 체현하고 있는 셈이다.

스매싱 펌킨스는 2집 음반인 이 앨범으로 무명의 딱지를 떼고 인기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중성으로 명성으로 획득한 것이 아니라 '천재성'으로 오버그라운드 진입을 이룩했다. 음악이 놀라움 그 자체다. 너무도 변칙적이며 숨죽일 만큼 템포가 갖가지여서 종잡을 수 없지만 어떤 경쟁자도 무릎꿇게 할 예술적 기품을 내비치고 있다. 용어를 만들자면 실로 얼터너티브 아트 록(art rock)이다. 평론가 닉 두어덴은 심지어 이 앨범을 “지금까지 레코드된 앨범 가운데 최우수작”이라고 극찬했다. 많은 뮤지션들이(우리의 서태지를 포함해서) 이 그룹을 흠모하는 것도 그같은 예술성 때문일 것이다.

가장 선율이 뛰어난 얼터너티브 록을 이들이 써낸다는 것은 이와 관련 당연한 이치다. 여기 수록된 '오늘 Today', '진정 시켜주오 Dsarm'의 멜로디는 얼터너티브 록밴드가 생산하는 음악으로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목가적이며 안정감을 준다. 이것으로 그들은 청취자에 대한 감동적인 습격을 단행한다.

그렇다고 얼터너티브의 존재를 망각하지는 않는다. 현실 사회의 혼돈과 무질서에 대한 절망감이 도처에서 끓어 넘치고 있다.

“오늘만이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위대한 날이야. 내일을 위해 살 수 없어”'오늘 Today'

얼터너티브 록의 특성인 무거운 기타 리프가 끝까지 울려 퍼지면서 오싹한 전율을 제공하고 있다. 너바나와 펄 잼이 펼치는 곡 변화는 템포에서 일궈내지만 스매싱 펌킨스는 그것을 곡조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얼터너티브 록이 가지를 치며 영역을 확대하는 발전상을 그들만큼 잘 보여주는 그룹은 없다. 이것이야말로 얼터너티브 록이 한때의 유행으로 사그러들지 않게 하는 밑거름이다.

그들은 공격적인 얼터너티브록을 사랑하는 팬들을 끌여들여 그들 가운데 멜로디 취향의 청취자를 홀리는 최면술을 발휘한다. 그 전술에 걸려든 사람들은 거기서 빠져 나올 수가 없다. 그들이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3백만 장이 팔린 이 앨범의 구매자들이었다.

-수록곡-
1. Cherub Rock (Corgan)
2. Quiet (Corgan)
3. Today (Corgan)
4. Hummer (Corgan)
5. Rocket (Corgan)
6. Disarm (Corgan)
7. Soma (Corgan/Iha)
8. Geek U.S.A. (Corgan)
9. Mayonaise (Corgan/Iha)
10. Spaceboy (Corgan)
11. Silverfuck (Corgan)
12. Sweet Sweet (Corgan)
13. Luna (Corgan)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