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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itgeitst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2007

by 김진성

2007.08.01

새로운 창조적 산물을 담은 앨범 < Zeitgeist >(시대사조)를 가지고 팬들을 다시 찾은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 하지만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아이콘으로서 누렸던 그들의 우상적 지위를 되찾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감이 있는 범작.

지난 10년 동안 빌리 코건(Billy Corgan)은 롤러코스터를 타듯 용두사미(龍頭蛇尾)의 행보를 계속해왔다. 제임스 이하(James Iha)와 디'아시(D'Arcy), 오리지널 스매싱 펌킨스(Smashing Pumpkins)의 두 핵심멤버를 떠나보낸 후 코건은 음악적으로 성취감을 누리지 못했다. 물론, 지조 있는 열성팬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사실 < Machina/The Machines of The Gods >와 즈완(Zwan)이란 밴드 명을 내걸고 펼친 활동은 전성기 앨범 < Siamese Dream >에 비견할 바가 되지 못했다.

기나긴 자유비행을 마치고 마침내 원류로 회귀한 빌리 코건, 그리고 스매싱 펌킨스의 최신앨범 < Zeitgeist >. 아쉽게도 독창성은 아직도 일관성이 부족해 보인다. 12곡이 담긴 앨범은 그 자체로 걸출하다 할 수 있겠으나 정치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 또한 다소 의외다 싶은 대목.

코건은 2005년 시카고 트리뷴지를 통해 스매싱 펌킨스의 재결합을 희망한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결과적으로 드러머 지미 챔벌린(Jimmy Chamberlin)만이 원위치 했을 뿐. 기타에 제프 슈뢰더(Lassie Foundation 출신), 베이스에 진저 레이에스(Halo Friendlies 출신), 키보드에 리사 해리튼이 새로운 멤버로 합세해 밴드의 진영을 갖췄다.

이하와 디'아시 두 명의 핵심멤버가 여전히 빠진 그룹의 본색은 일견 파괴력이 덜 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실제 노래와 그룹사운드의 색깔을 배후에서 교묘히 조종하는 축이 프런트 맨 빌리 코건(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인걸 감안하면 신작은 충분히 수긍할만하다. 전적으로 코건을 중심으로 짜여 진 여섯 번째 앨범은 역시 코건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기타리프와 특유의 비음 섞인 보컬이 흡인력 있게 어필한다.

1990년대 초기에 펌킨스의 곡을 즐겨들었던 팬들이라면 <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 >의 'XYU'를 환기하는 초기의 기타리프와 갑작스런 키의 변화, 챔벌린의 탄탄한 반주가 인상적인 '7 Shades of black'에 호감이 갈 것이다. 첫 번째 싱글로 발표된 '타란튤라'(Tarantula, 남 이탈리아산 독거미의 일종)또한 시종 음속으로 반향하는 기타사운드가 귀를 잡아챈다. 'Greek USA'(그리스식의, 영웅 미국)와 'Cherub rock'과 같은 초기사운드에 완전 필적하지는 못하지만 용호상박의 기타연주가 압권.

'미합중국'(United States)은 사이키델릭한 대곡의 풍모 안에서 두드러지는 펌킨스 특유의 사운드미학이 백미다. 비틀즈풍의 하모니 인트로가 인상적인 'Bleeding the orchid'와 보컬사운드의 중첩을 통해 하모니를 강조한 'Pomp and circumstances'에서는 코건이 이번앨범을 통해 선보이는 신차원의 시도를 직감할 수 있다. 마이 케미컬 로맨스 특유의 괴이함과 보컬하모니"라라라"에서 비틀즈의 성향이 드러나는 마지막 곡 '위풍당당'(Pomp and circumstances)은 특히 곡의 후반부로 갈수록 장엄한 서시의 분위기가 각별함을 더한다.

한편 영화팬들에게는 최근 개봉해 블록버스터의 위용을 과시한 <트랜스포머>에서 오토봇 범블비가 디셉티콘 탱크를 향해 포화를 퍼부으며 질주할 때 강렬한 쾌감을 준 'Doomsday clock'이 반가울 것이다. 빌리 코건의 심사숙고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는, 주목할 만한 범작.

-수록곡-
1. Doomsday Clock
2. 7 Shades of Black
3. Bleeding the Orchid
4. That¹s the Way (my Love is)
5. Tarantula
6. Starz
7. United States
8. Neverlost
9. Bring the Light
10. (Come on) Let¹s Go!
11. For God and Country
12. Pomp and Circumstances
김진성(saintopia0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