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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rora
바다
2004

by 엄재덕

2004.10.01

'바다'의 성장이 기특하다. 이번 두 번째 앨범의 절반 이상을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노래들로 채우며, 아이돌 스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노력을 쏟은 흔적이 엿보인다. “스타는 한번 해봤지만, 가수란 이름에 어울리는 자리에 도달했는지 의문이다.”라는 겸손한 자평이 말해주듯 그는 스타시스템의 망망한 바다에서 스스로를 건지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음악 판에 진출한 때가 1997년 11월이니 그의 경력도 만 7년에 도달했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빠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제 지향하는 바를 구체화했고 그간 애쓴 성과들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가수로서의 생명 연장에 청신호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장수라고 예상하지는 못하더라도 싹이 트일 낌새는 보인다. 일단 노래가 되고, 아직 서툴지만 싱어송라이터의 가능성을 비쳤으니 안 되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전문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았던 지난 솔로 1집에 비해 멜로디 감각은 좀 떨어지는 듯 들린다. 전 앨범에선 타이틀곡을 제외하더라도 '노을', '헤어지기 전에', '그래볼게', 'Be mine tonight' 등 거의 전곡에 걸쳐 선율이 생생했었던 반면, 2집의 몇몇 곡들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다.

무라야마 신이치로, 마츠바라 켄, 이마이 료스케, 우루, DJ 유타카, 이 5명의 일본 프로듀서들의 도움을 받은 이번 2집의 사운드는 꽤나 세련된 질감이다. 타이틀곡 '오로라'는 히라이 켄, 케미스트리 등에게 곡을 주었던 바 있는 마츠바라 켄이 만든 발라드 넘버로 트렌디한 사운드가 정교하게 감성을 자극한다. 바다의 보컬은 물론이고 현악 세션도 역할을 톡톡히 해 가을 분위기에 적합하다.

우타다 히카루, 크리스탈 케이 등의 음악 작업에 참여했었던 무라야마 신이치로가 작곡한 제이 팝 풍의 댄스곡 '해피 페이스'도 도회적인 소리 콘텐츠가 양질이다. 타이틀곡 선정을 두고 '오로라'와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노래라고...

다이내믹한 비트가 좋은 'Eyes', 지난 8월 내한했던 2인조 퓨전재즈 그룹 오렌지 페코의 음반을 프로듀스 했다는 우루와 작업한 'Into you', 힙합 풍의 'Higher' 등도 프로듀서의 기량이 살아있다. 라운지 스타일의 'Blue juice', 흐느적거리는 리듬이 독특한 '축제'와 'Thank you' 등은 음악적으로 다양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전의 솔로 데뷔작이 괜찮았던 터라 솔직히 이번 신작은 듣는 재미가 덜하다. 그러나 바다는 재미 대신 의미를 얻었다. 그것은 '가자! 진짜 가수로!'의 자세, 몇 개월만 지나도 자취가 소멸되는 짧은 유행절기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사고, 그것들을 얻었다는 점에서의 의미다. 흐뭇한 앨범이다.

-수록곡-
1. 해피 페이스 (Happy face) (작사 : 바다 / 작곡 : Shinichiro Murayama)
2. 오로라 (바다 / Ken Matsubara)
3. Eyes (바다 / Ryosuke Imai)
4. Interlude
5. Go by (바다 / 바다)
6. 축제 (Good luck) (바다 / 바다) 7. Into you (바다, Hi-D / Uru)
8. Thank you (바다 / 바다)
9. Sweet potato (바다 / 보영)
10. Dreaming (바다 / 바다)
11. Higher (바다 / 바다, DJ Yutaka)
12. Blue juice (바다 / 바다)
13. Little boy (바다 / 바다)

프로듀서 : 김민석
엄재덕(ledbest@hanmail.net)